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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남북 모두 민생위기에도 군비증강, 진정한 종전의 길 택해야!

[정의와 대안] 2020.10.
  • 입력 2020.10.29 14:46      조회 859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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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10월 10일 0시에 진행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기념사와 열병 무기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미 진행됨. 인민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연달아 표방한 것은 선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인간적인 애민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도 있고, “사랑하는 남녘 동포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말에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음. 보수층에서는 열병식에서 보여준 각종 미사일의 대남, 대미 위협성을 강조했는데 그들의 심리는 북의 신형 ICBM을 ‘괴물’이라 칭한 데서 극명히 드러남.
- 이 모든 반향을 다 낳을 수 있는 한바탕의 큰 쇼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모순과 안타까움임. 민생위기에 처한 인민의 어려움에 울먹이면서, 막대한 재원을 투여해 만든 무기에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모습에서 상징되는 민생위기 공감 대 군비증강 정책의 모순, 그것은 지금까지의 대립 과정의 결과물이도 하겠지만 그로 인해 쌓일 더 큰 불신과 그것이 초래할 대화를 통한 해결책의 난관 때문.
- 그런데 민생위기의 국면에서 군비증강을 택한 것은 북한만이 아님. 코로나19로 인한 역대급 민생·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한국 정부는 2020년보다 5.5% 증가한 총액 52조 9,174억 원의 국방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함. 거기에는 경항모와 핵추진잠수함 도입 비용도 포함됨. 이 정부는 ‘인간안보’를 말하면서 예산이 부족하다며 2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한편,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면서 군비증강의 끈을 놓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음. 남북이 모두 민생위기 속에 군비증강을 하는 가운데, ‘사랑하는’ 동포들과 평화로운 관계, 진정한 ‘종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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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사, 열병식의 모순

- 북한은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0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함. 생방송으로 진행하지 않고 당일 오후 7시에 녹화방송이 방영되었지만, 0시에 동 행사를 시작한 것은 하루의 첫 시작 시점에 시계와 종소리 화면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고 기념사를 함으로써 당 창건과 당의 영도자로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미와 이미지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임. 불꽃놀이, LED를 장착한 전투기들의 에어쇼 등의 효과를 극대화한 측면도 있음.
-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기념사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고맙습니다’라는 반복적 발언과 이런 발언 당시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하는 모습,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발사차량(TEL)에 실린 초대형 ICBM과 북극성 4-ㅅ SLBM 등 새로운 전략무기와 다양한 신형 무기들의 열병이었음.
- 여권 일각에서는 기념사의 내용, 특히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발언을 강조함. 6월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9월 하순의 서해상 실종공무원에 대한 사살 및 시신 혹은 유류물 소각 등의 강경책과는 대비되는 ‘화해’로 대남 전략을 전환하는 메시지 아니냐는 것임. 
-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우리 국민을 총살해 놓고 남녘 동포 운운하는 악어의 눈물에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고 힐난함.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무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며 “적장의 말만 믿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는 말도 있다”며 대화 복원을 희망하는 여권을 비난함.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은 북한의 신형 ICBM에 대해 ‘괴물’ 등의 표현을 쓰며,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 위협성을 강조.
-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형 ICBM 등의 등장에 격분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전문가들 다수와 뉴욕타임스 등은 열병식이 (미국의)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도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평함. 미국이 그런 평가를 한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연유한다고 봄. 첫째, 북한이 과거처럼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탄도탄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열병식에 신형(개발) 무기의 모습만 보인 점. 둘째,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관련 직접 발언을 하지 않고 ‘전쟁억제력’ 등의 표현을 쓰며, 자신들의 전쟁억제력은 적대세력의 위협적 행동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한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이며 평화를 위한 것이지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점 등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임. 사실 둘째의 발언은 2017년 당시 북한이 표명한, ‘상대가 침략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독트린 등을 재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연말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 장기전 속 전략무기 개발 지속’의 결과물을 과시하는 가운데서도 자위적 방어수단이자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도 함.
-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기념사와 열병식은 다양한 평가를 낳고 있는데,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할 일은 아님.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권의 핵과 미사일 등의 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했다는 해석과 주장은 자신들의 대북 인식을 투영한 것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북을 굴복시키겠다는 정책이 무용함을 북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것은 눈감은 채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체의 노력을 부정하는 ‘청맹과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 여권 일각에서 강조하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언급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확대해석할 일은 아님. 해당 부분은 전체 6,047자의 연설 중 65자에 불과한 짤막한 양임. 또 ‘보건위기가 극복되고’라는 언급으로 보아 지금 당장 대화나 교류협력을 재개하겠다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음. 
- 연민과 희망, 공포와 분노 등 각자 입장에 따라 강조점은 다르지만, 이 모든 반향을 다 낳을 수 있는 한바탕의 거대한 쇼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모순과 안타까움임. 기념사 때는 어려움에 처한 인민에 미안하다, 고맙다를 연발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열병식 때는 막대한 재원을 투여해 만든 무기에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모습 모두 진정이겠지만, 민생위기 대책과는 거리가 먼 무기개발과 생산 등 군비증강을 지속하고 그 성과에 뿌듯해하는 모습에서는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음. 
-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북한 당국의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등 군비증강 정책은 한국전쟁, 특히 탈냉전 이후 적대적인 국제환경 및 특히 패권국인 미국의 정책 등에 의한 ‘피포위 의식’, 2000년대 초 제네바 합의 붕괴 및 9.19와 10.3합의와 2018년 이후 북미 정상회담 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낳지 못했던 지금까지 북핵 관련 역사적 과정의 부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음. 하지만 북의 행동이 비록 도발이 아니라 과시라고 할지라도, 그로 인해 켜켜이 쌓일 더 큰 불신과 핵능력 증강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대타협을 통한 평화의 길에 초래할 장애물을 고려하면 안타까움.
- 특히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자신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인민들의 생활상이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말 면목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현재 북한 경제와 민생은 큰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임. 코로나19 팬데믹, 태풍 등 자연재해에다 강력한 대북제재 등 삼각파도 때문. 특히 2017년부터 대폭 강화된 대북제재에 의해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의류, 수산물 등이 모두 제재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2019년 북한의 수출액은 2.8억 달러에 불과해 2016년의 28.2억 달러 대비 1/10 수준으로 급감함. 북한의 국내 산업도 광업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기기 등에 대한 수입제재로 중화학공업 등 제조업도 크게 위축되었다 함. 무역과 산업의 위축은 경제성장률도 급감시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성장률이 3.9%였으나, 2017년 –3.5%, 2018년 –4.1%로 급락
(최근 북한경제 상황은 임수호, 「북한경제의 ‘퍼펙트 스톰’ 가능성과 시사점」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0) 등 참조.).  올해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었고 장마당도 거의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었을 것임. 
- 이번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임에 따라 대북제재 일부 완화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짐. 그런데 민생위기의 국면에서 군비증강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과연 북한뿐인가? 남한도 마찬가지임.



□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의연한 군비증강

- 코로나19로 인한 역대급의 민생과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한국 정부는 2020년보다 5.5% 증가한 총액 52조 9,174억 원의 내년 국방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함. 거기에는 경항모와 핵추진잠수함 사업도 포함됨. 1990년대 말 IMF 위기가 닥치자 1997년 국방예산에 비해 1998년 0.1%, 1999년 –0.4%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됨. 이 정부는 ‘인간안보’를 말하면서 예산이 부족하다며 2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한편,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면서 군비증강의 끈을 놓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음. 
-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2일(현지시간)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을 될 것”이라며,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함. 그런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은 심드렁하며 북한도 별다른 언급 자체를 않는 등 호응이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한편, 서훈 안보실장을 미국에 파견해 종전선언 관련 의견을 조율하도록 함.
- 국내에서는 서해상에서 발생한 어업공무원 피살 사건 때문에 종전선언 관련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다가 북한의 열병식 이후 여야 정치권에서 정반대의 의미를 부여하며 논란이 됨.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종전선언은 ICBM, SLBM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로서 의미가 있다”며 “종전선언은 비핵화로 가기 위한 입구”라고 주장함.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열병식에서) 보여준 북한의 무기를 한반도에서 영원히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남과 북이 상호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진짜 평화’에 약속이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이 그래서 지금 꼭 필요하다”고 주장함.
- 이와 반대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종전선언이 “대한민국에 종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행위이고 반헌법적 행태”라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와중에 종전선언하자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함.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회담 이후 종전선언을 하려고 했다가 볼턴 전 보좌관 등의 방해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약속을 어겼지만, 이게 북의 비핵화는 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했다고 미군 철수 등을 낳고 한국 안보에 결정적 해를 끼칠 것처럼 예단하는 것은 극단적 해석에 불과함.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선언”으로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 정도의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의미라면, 현재 양자 간 이견으로 정체된 비핵화에 돌파구를 여는 수단일 수도 있음. 따라서 미국은 비핵화가 끝난 다음에 하는 결과물로서 ‘종전선언’을 이해하고 있다며 한미 간 차이를 과장할 일도 아님. 
- 하지만 한 때 종전선언에 호응했던 북이 지금은 왜 별다른 언급조차 않는가하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음. 북은 ‘종전선언’ 추진과 비슷한 시점에 새로이 추진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핵(추진)잠수함 사업 등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음.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9월 방미에서 핵잠수함의 핵연료를 미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0월 18일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김현종이 핵연료를 팔아달라고 ‘구걸’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파괴하고 지역의 긴장 고조와 군비경쟁을 초래하는 위험천만한 망동”이라고 비난. 비단 이번 핵잠수함 사례뿐만이 아님. 2018년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에서의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남한의 군비증강에 대해 북한은 여러 차례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왔음. 메아리나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매체뿐만 아니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공식기구와 김여정 부부장 등 지도부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음. “말끝마다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첨단전투기들이 우리들을 칠 목적이지 농약이나 뿌리자는 것이겠냐”는 힐난임.




☞  대응방향


□ ‘종전선언’에 어울리는 것은 군비증강 지속 아닌 선제적 군비동결

- 남북군사분야합의에 대해 현 정부는 남북 간의 사실상 종전선언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현재 있으나 마나 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동 합의와 판문점선언 등이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와 함께, 비록 전제를 달고는 있으나 단계적 군축 실현까지 명시한 데 비해, 남한은 첨단무기 도입과 보수정부를 훨씬 능가하는 국방예산(군비) 증가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임. 이를 비판하는 북한도 남한을 사정거리에 두는 각종 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상 난관을 이유로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됨. 
- 이 정부가 진정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길을 닦고 결정적 계기를 형성하겠다면, 단지 일회적인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작용에 의해 평화를 달성하는 대원칙을 국방정책에서도 일관되게 전개할 필요. ‘종전선언’에 어울리는 것은 군비증강 지속이 아니라 선제적 군비동결임. 
- 2019년 북한 총 GNI가 35조 5,616억 원인데, 남한 국방비는 동년에 46.7조 원에 달함. 2020년 국방비는 50.2조 원, 2021년 국방예산안은 52.9조 원인데, 만약 2018년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의 정신을 반영해 2018년(43.2조 원) 수준으로 국방예산을 동결했다면, 지난 2년 동안 10.5조 원을 절감했을 것이고, 내년 예산안까지 친다면 총 21조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그리고 그것을 청년층과 아동에 대한 복지예산 등으로 전용했다면 일종의 평화배당금으로서 역할해 대북 화해협력과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기성세대에 비해 떨어지는 젊은 층의 여론지형을 바꿀 수 있었을 것. 북이 초대형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단거리발사체를 집중 개발함에 따라 우리의 안보가 상대적으로 위태로워지는 상황도 막을 수 있었을 것. 
- 지금이라도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다면, 2.7조 원을 절감할 수 있음. ´21~´25 국방중기계획은 총액 300.7조 원에 달하는데, 동 시기 국방비를 2020년 예산 수준으로 동결한다면 총액 기준 약 50조 원을 절감할 수 있음. 코로나19 시대 더욱 그 필요성이 입증되었음에도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이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과제로 설정되어 있는데, 국방비 동결로 절감된 예산을 여기에 전용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거야말로 대통령이 코로나19시대 세계질서를 선도하겠다면서 말한 ‘인간안보’에 부합하는 것. 상호 군비경쟁이 아닌 선도적 군비동결은 상호 군축으로 이어져 ‘안보딜레마’가 아닌 ‘공동안보’를 달성할 수 있을 것. 이와 같은 안보정책의 실질적 변화, 제대로 된 평화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닦고, 그 상대항인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 


□ 난관에 부닥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열기 위해 한국 정부가 지금 할 일

-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 혹은 입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보수층이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는 주로 비핵화와의 관계 문제 때문임. 북한이 비핵화에는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종전을 핑계로 제재해제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임. 역으로 북한이 심드렁한 이유는 미국 등이 대북제재 등 적대정책을 철회한다는 선언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현재의 태도로 보아 자신들에게 비핵화를 압박하는 수단만 될 따름이지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체제의 입구가 될 수 있겠냐는 것임. 
-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북미의 비핵화 선언’이라는 주장도 있고, ‘평화협정 협상 개시 선언’이라는 주장도 있음.
(전자는 유신모,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입구’가 될 수 없는 이유”, 『경향신문』, 2020.10.16.일 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160300005&code=990100. 후자는 정욱식,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아우를 수 있는 대안 : 평화협상 개시 선언과 한반도 비핵지대”, 『프레시안』,2020.10.22.일 자.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213524147741#0DKU 등을 참조 바람.) 전자의 경우 미국이 대화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북이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도달점임을 재확인하고, 미국 역시 자신들의 안보위협만 해소되면 북한과 타협하는 ‘부분적 비핵화’에 그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평화체제의 입구라는 주장임. CVID든 FFVD든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국이 후퇴한 적이 없고, 오히려 단계적-병행적 진전이 아닌 원샷 타결을 고집하는 데 대해 북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지는 의문임. 후자의 경우 내용적으로 종전선언의 취지를 품으면서도 종전선언이 잉태하고 있는 ‘정치적 종전과 법적인 정전 사이의 어색한 동거’를 피하고, 북한이 과거에 평화협정 협상이 비핵화에 추동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으므로, (정체된) 비핵화 프로세스에도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주장임. 그런데 북한은 호응할지 모르지만, 비핵화의 목표와 과정을 분명히 하지 않은 평화협정 협상 개시 선언을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임. 
-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비핵화와 평화협정협상(개시) 중 어느 한쪽의 선언이 아니라 양자를 병행하고 단계적·동시행동으로 진행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적대관계 종식),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평화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3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 방법론, 혹은 프로세스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해야 가능할 것임. 하노이 노딜은 영변 핵시설 파기라는 비핵화 행동 대 제재의 일부(미국은 핵심) 해제라는 단계론이 미국 국내정치적 이해와 맞물린 사실상 완샷 타결의 ‘빅딜론’에 의한 저지의 결과임. 미국 국내정치적 이해는 결국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최근에 더욱 심화된 불신이 미국 조야에 광범위하게 깔린 것에 기반함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행동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북한과 섣부른 타협은 정치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것임.
(미국인의 북한 호감도가 195개 국 중 최하위라는 영국 런던 여론조사 기관 유가브(YouGov)의 설문 조사 결과발표 및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19점으로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미북 협상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로 이어질 것이고 답한 비율도 14%에 불과하다는 10월 19일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여론조사 결과는 북한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단지 관료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에 광범위함을 보여줌. 위 여론조사 관련해서는 미국의소리방송(VOA)의 보도를 참조 바람. 각각https://www.voakorea.com/korea/korea-politics/us-citizens-show-lowest-favorability-towards-north-korea ; https://www.voakorea.com/korea/korea-politics/us-north-korea-6)
 
- 바이든 후보는 최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핵무기 능력을 끌어내리겠다고 동의한다는 조건에서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남을 가졌고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내 임기 동안 전쟁은 없었다”고 자랑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움. 그런데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일지 모르지만,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는 여전히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고, 북의 선제적 대폭 양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북제제를 전혀 완화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북의 핵-미사일 활동 재개를 낳고 결국 대화의 창마저 닫혀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정책도 바이든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음.
- 양자의 차이는 아마 ‘종전선언’을 정체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길을 다시 여는 입구로서 수용하느냐의 여부일 것임.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남·북·미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직접 만나서 해야 할 것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멋진 쇼, 혹은 한바탕의 의전행사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등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음. 문제는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3자 회동이라는 한바탕의 세레모니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을 되풀이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임. 만약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새로 대북 정책 담당자를 인선·비준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는 데만 수개월 여가 소요될 것이고, 실무진 간 협상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물이 나와야만 정상 간 만남을 갖겠다는 입장 때문에 ‘종전선언’을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 
- 때문에, 앞에서 서술했듯이 현재 정체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관련국 협상대표들이 비핵화-평화협정 대화의 병행,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의 원칙과 1단계에서 각자의 주요 행동 등 큰 틀에서의 합의에 이른 시일 안에 도달하는 것이 필요. 한국 정부가 지금 할 일은 그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원칙과 큰 틀의 로드맵을 구체화해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것과 함께, 진정한 ‘종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평화정책을 국방분야에서도 실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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