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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신국제질서

미·중 갈등 심화와 주한미군 감축설, 우리의 대응

[정의와 대안} 2020.07.
  • 입력 2020.07.31 11:38      조회 861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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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통일 분야-202007-미중 갈등 심화와 주한미군 감축설.pdf

 2021.07.31                                                                                                                               김수현(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대응함. 1차 무역협상으로 무역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코로나19 책임론 및 대응을 둘러싸고 재연된 미·중 갈등이 외교·안보·경제 등 전방위에 걸쳐 확대·심화되고 있음. 미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이 겹친 탓도 있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졌고 구조적 요인이 배경에 있어 미·중 관계는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양태는 세련될지언정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 양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큼.
- 이 와중에 주한미군 감축설이 떠돌고 있음. 감축의 현실화 자체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현 상황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속내는 복잡하면서도 착잡함. 미·중 갈등이 커지면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 같은데 주한미군 감축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당혹감, 이게 다 방위비분담금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 터무니없는 요구와 비이성적 압박을 되풀이하는 트럼프 정권 행태에 대한 반발로 그냥 나가라는 감정 대 아직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음.
- 상황이 악화하거나 변동이 심해짐에도 불구하고 관성적으로 대응하면 점점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 그렇다고 어느 한 편에 편승해야 한다는 주장도 성급하고 무책임함. 미·중 갈등 심화에 대응하는 전방위 외교-적극적 평화정책과 함께,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의 일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가장 희망적인 상황의 이상적 답만 되풀이하기보다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할 필요.


 □ 미·중 상호 영사관 폐쇄 등 갈등 심화

- 미국이 7월 21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72시간 내 폐쇄를 통지하자, 중국은 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72시간 내 폐쇄로 맞대응함. 휴스턴은 1979년 미·중 수교 직후 덩샤오핑이 방문해 미국 개척시대의 상징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미·중 우호를 과시했던 곳이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은 덩샤오핑 방문 직후 중국이 미국에 처음 개설한 영사관임. 이런 상징적인 곳을 폐쇄하자 일각에서는 미·중이 핑퐁외교와 키신저 비밀 방중을 통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한 지 50년, 정식 수교한 지 40여 년 만에 단교까지 치닫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함.
- 전쟁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이상 단교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겠지만, 휴스턴과 청두에 이어 공관의 추가 폐쇄와 맞대응 가능성은 적지 않음.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중국의 강한 비판에 대해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공관 추가 폐쇄를 묻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힌 데 이어,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26일 “아마 그럴 것”이라고 말함.
-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연설에서 휴스턴 총영사관을 폐쇄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함. 그는 닉슨 도서관 앞에서 “닉슨이 희망한 중국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닉슨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재임 당시 자신이 중국 공산당에게 개방적으로 대해준 것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함으로써 수교 이후 미·중 관계와 현재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냄. 심지어 그는 “자유 세계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중국 체제 변화의 필요성까지 역설함. 
- 현재 미·중간 갈등의 이유와 전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심복들의 우익 포퓰리즘적 특징과 대선이라는 국내정치 변수로 설명하며 11월 대선까지는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겠지만, 선거 이후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 그러나 미·중 관계를 협력과 갈등의 공존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협력이 불가피한 요소로 강조하던 경제 분야부터가 갈등적 요소가 커진 측면을 간과하고 있음.
- 볼턴이 회고록을 통해 폭로했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중국에게 얻어내며 올 1월 1단계 무역협상을 통해 무역갈등을 봉합한 바 있음. 아마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상대적으로 잘 나가던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미·중 무역갈등은 대선 때까지 봉합될 수도 있었음.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의 본질은 ‘제조 2025’ 등을 통해 첨단 제조업에서 기술 굴기를 이루려는 중국 대 그것을 차단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간 경제적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기 때문에 그런 봉합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었음.
(무역전쟁 등 미중 갈등의 본질과 전망에 대해서는 최병일,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책들의 정원, 2019). ; 동아시아연구원 프로젝트, 「미중 경쟁과 한국의 전략」의 각종 글 등 참조 바람. 이하의 미·중 관계 분석과 관련한 내용은 졸고, “미중 무역전쟁 등 경제갈등 심화, 함의·과제”, 『정의와 대안』 2019년 5월호 중 일부를 수정한 것임.)  무역협상마저도 코론나19 책임론과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한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에 의해 ‘끝났다’고 선언됨.
- 이렇듯 경제 분야는 물론 인도·태평양 전략 대 일대일로의 전략적 경쟁, 홍콩 보안법 및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외교·안보 분야, 미국적 가치 대 중국적 가치 등 직접적 군사 충돌을 제외한 전 영역으로 갈등의 전선이 확대, 심화되면서 한국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
- 현재의 미·중 갈등이 세력전이, 혹은 그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기존 패권국 대 신흥 도전국 간의 예정된 전쟁이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미·중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빠져버리는 것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개인의 죽음과는 달리 인류공동체의 죽음은 피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음.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미국의 저명한 학자이자 정책 조언가 그레이엄 엘리슨이 사용한 이래 유행되는 용어로 신흥 강대국이 급격히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특별하고 비상한 노력을 전개하지 않을 경우,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 엘리슨은 아테네의 역사학자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자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며, 투키디데스가 가리키는 역사적 은유가 지금의 중국과 미국 간 관계를 잘 들여다보게 해주는 렌즈라고 주장. 그레이엄 엘리슨 저, 정혜윤 역, 『예정된 전쟁』(세종서적, 2018). 참고로 펠레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은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레폰네소스 동맹이 고대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겨룬 전쟁으로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 과정에서의 상호 출혈로 고대 그리스 세계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
 
- 사실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전문가 중 대부분은 현재의 미·중 관계에 대해 협력과 경쟁·갈등이 복잡하게 중첩된 ‘복합적 관계’로 규정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함.
(신종호, 정성윤, 김재철, 민병원, 임수호, 전재성, 정재관, 차창훈 공저, 『2030 미중관계 시나리오와 한반도』(통일연구원, 2018) 등.)  그러나 핵무기가 내포하는 절멸의 공포 때문에 대전쟁까지는 이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갈등이 점점 심화됨에 따라 냉전 시대의 대리전, 전방위적인 치열한 대결 등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까지는 부정할 수 없음. 트럼프 행정부가 올 5월 20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보고서’는 중국이 ‘우리의 가치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적시했는데 이는 미?중 갈등의 성격이 근본적인 ‘가치의 갈등’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며, 결론부에서 ‘근본적인 재평가’와 ‘시스템 사이의 전략적 경쟁’ 등을 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냉전의 공식 선포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음.(이성현, “미·중 신냉전의 시작인가?”, [세종논평] No. 2020-9 (2020.05.27.).  http://www.sejong.org/boad/1/egoread.php?bd=1&itm=&txt=&pg=1&seq=5344)  문제는 동 보고서의 주장이 미국 여야는 물론 전문가 집단에서도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임.
-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비관론자가 아니라면 패권전쟁이나 신냉전 시대 도래의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사대주의자가 아니라면 미국의 입장을 그냥 추종하지 않고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 
- 그런데 한국의 전문가 중 일부에는 미·중 갈등과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어느 한쪽, 즉 미국 편에 설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전략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과거 미·중 관계가 협력적 측면도 상당했던 시절의 패러다임이고, 이제 버려야 한다, 한국은 인도와 같은 대국이 아니므로 자율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 보수 언론은 위기를 강조하는 한편, 혐중을 팔고 한미동맹을 강화하자면서 이를 현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 그들은 상황이 위기라고 강조하지만, 그들이 대책이라고 내놓는 주장이나 행태가 오히려 잠재적 위기를 당장의 것으로 현실화시키거나 위기를 가중시킨다고 할 수 있음.



 □ 주한미군 감축설과 논란

- 이 와중에 주한미군 감축설이 떠돌고 있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함.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나는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모든 전구(戰區)에서 군대를 최적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사령부에서 조정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함. 
- 트럼프는 미군의 해외 주둔에 대해 자신들의 돈을 들여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듯이 호도하고,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위해 철수 카드를 거론하지만, 미 군부는 전면 철수는 할 생각도 없고 그걸 검토하지도 않았을 것. 하지만 전면 철수는 그렇다 할지라도, 일부 감축의 가능성은 있다는 주장도 있음. 에스퍼가 "전구들에서 더 많은 순환 병력 배치를 계속 추구하고 싶다. 그것은 미국이 전 세계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적용하면서 미 2사단의 1개 여단이 사실상 감축된 것을 상기하면, 이번에도 일정한 감축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주독미군을 1/3이나 감축하듯이 주한미군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감축설의 요지임. 
- 현 상황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심정은 복잡 미묘함. 감축설 자체에 대해서는 미·중 갈등이 커지면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 같은데 주한미군 감축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혼란과 당혹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감축 자체가 미 의회 및 여론의 반대로 현실화되기 어렵거나,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쓰지 못하도록 ‘2019 국방수권법(NDAA)’에서 2만2000명, ‘2020 NDAA’에서는 현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병력을 줄이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함. 미국 내 여론도 7월 7일 웨스턴켄터키 대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42.9%가 감축에 반대하고 26.8%가 찬성함. 조성렬, “주한미군 감축론, 안 먹히는 이유”, 경향신문, 2020년 7월 21일 자.)  방위비분담금 압박을 위한 뻥카에 불과하다는 판단도 있음.
- 원인 및 대응과 관련해서는 진보 진영은 대체로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해보다도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의연히 대처하자는 주장이 다수인데, 일부는 철수도 아닌 감축은 굳이 바짓가랑이를 잡을 필요가 없다거나 오히려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안하자고 주장.
(정의길,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지 마라”, 인터넷 한겨레, 2020년 7월 20일 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4388.html. 홍현익, “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전략”, 『정세와 정책』 2020년 7월호(통권 328호) (성남; 세종연구소).) 반면, 일부 보수 인사들은 현 정부의 친북반미적인 행태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예의 상투적인 주장을 함. 대중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요구와 비이성적 압박을 되풀이하는 트럼프 행정부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그냥 나가라(철수하라) 하는 주장 대 아직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음.
- 변환의 시기가 초래하는 혼란과 불안은 있겠지만 주관적이고 희망적 사고에 안주하거나 과거의 익숙한 것으로 회귀해 현실에 부조응하는 성급하고 무책임한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객관적 상황인식, 고정관념에 입각한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 공동체 다수의 안녕과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대승적 접근이 필요함.



☞  대응방향

 □ 관성의 탈피, 상황 악화를 예비하는 전방위 외교, 적극적 평화정책 필요

- 미·중 관계가 수교 당시 대소 전략 동맹이나 탈냉전 이후 일정한 갈등 속에서도 상호의존성이 커지던 경제와 대테러전 등에 의해 협력적 요소가 상당했으며 특히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상호협력하던 시절과 달리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음.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같은, 이미 변화하고 있는 현상과도 부합하지 않는 단순한 정책을 계속 되풀이하는 것은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음. 중장기적 전망과 대책은 부재한 채 땜질 처방식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나, 역으로 상황을 섣부르게 예단하고 성급한 대책을 불가피하다고 강변하는 것 모두 무책임한 행태임. 
- 어느 한 편, 즉 미국에 편승해야 한다는 주장은 냉전 시대의 정책을 되풀이하자는 것으로 당시 미국이 패권(hegemony) 국가로서 그 진영 국가에 안보는 물론 경제적 이익을 나눠줄 수 있었던 시절과 달리 능력은 물론 의지도 없는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지나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자는 소리와 같음. 그런 단선적 대안은 첫째, 성급하게 어느 한쪽을 택하면 상대가 보복하고, 그 보복에 다른 상대가 자기 일처럼 달려들어 방어할 가능성은 작으므로 우리만 피해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큼.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미국의 방관 등이 그 사례. 둘째, 당장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에는 안보에서 미국, 경제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장기적 대안과 노력 없이 당장 취할 선택지가 될 수 없음. 
- 무엇보다 상황이 정말 심각해질 경우 대결의 최전선이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6.25 보다 막대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 진영별로 동맹을 맺고 동맹의 논리에 의해 확전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고 1차대전에 휩쓸려 들어갔던 당시 유럽 각국의 어리석음을 재연하지는 말아야 할 것. 
- 미중 간 갈등 심화가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폭넓고 심대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은 변동기이자 과도기이기에 우리는 일방적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고, 능동적 독립변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함. 
- 우선, 외교적으로는 미·중 간 지정학적 대립을 초월해 공동이익의 추구를 선도할 수 있는 이익의 조화 및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명민한 균형 외교를 전개. 그리고 미·중 대립이 해양 진영 대 대륙 진영의 대결로 비화 및 고착되지 않도록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평화외교를 전개. 북방정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과 함께 동남아 국가 및 그 연합체인 ASEAN,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남방정책을 정권을 초월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 또한, 평화, 개방적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그린뉴딜 등 우리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중견국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할 필요. 
- 또한, 미(일)·중(러) 간 대결의 자장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주변국들이 일정한 협력적 자세를 보이거나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는 기후변화·대테러·핵발전소 안전 등 비전통적 안보 이슈와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과정에 동참하도록 지역 공동체의 비전과 활동 구상 등을 제시하고 초기 형성 과정을 주도할 필요가 있음. 너무 북·미에만 집중하지 말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의 동참을 끌어내 지역 차원 협력의 기초를 닦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야 함.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형성 프로세스의 안정적 추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칫 어느 일방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는 외교·안보 정책의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음. 
- 더불어, 미·중 관계의 영향이 미치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종속되지 않은 영역이자 우리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핵심적 현안인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남북관계 발전 등에 성과를 냄으로써 우리의 상대적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담대한 평화정책을 전개해야 함. 국내외 전문가들 대다수가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표하거나,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함.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 회동이 이어진 2018년의 경우에도,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완전한 비핵화 달성 시기에 대한 질문에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응답이 45.3%로 가장 많았고, 5~10년 사이가 29.8%로 뒤를 이었다. 정성윤 등 공저, 『북핵 종합평가와 한반도 비핵화 촉진전략』(통일연구원, 2018), 특히 pp. 239-240.) 그런데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점점 심해져 협력적 요소를 압도할 상황이 되면,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이 더욱 커져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북한 스스로의 동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 그렇게 되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도 어려워질 것임. 
-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를 진정 원한다면 그 프로세스가 역진하지 않을 정도의 큰 진전을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함.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오바마 정권이 2010년 이후 행했듯이 대중국 견제를 우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을 요구하는 한편, 북한 문제는 탑-다운이 아닌 버텀-업 방식으로 신중히 접근하는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큼. 대북 불신이 강한 현 워싱턴의 정치인, 관료와 전문가 집단의 성향을 고려할 때 트럼프가 대북 문제에서 보여줬던 긍정적 의미의 파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 그런 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평양에서 열린 ‘전국 노병대회’에서 “핵 억제력으로 안전 담보” 운운은 유감스러움. 한미 당국 역시 ‘대화가 이루어질 때는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지’ 등 북한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내기 위한 보다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데, 비록 축소된 규모이기는 하나 그 이유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리며 전작권 전환 점검을 이유로 훈련을 강행하기로 한 것은 유감. 대화 재개의 발판을 놓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지휘소 훈련으로 대체한다고 밝힐 수는 없었나?
 안보·통일 수장들을 대폭 개편한 만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평화 만들기 정책을 전개할 필요.


 □ 주한미군 관련 시론적 제안
     (이 단락은 당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고, 이후 논의와 결정을 위한 연구위원 개인의 제안이며 아직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시론적 성격의 글임.)

-한국의 진보·개혁 진영은 한미동맹을 기존의 수직적 동맹에서 수평적 동맹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공동의 입장을 가졌지만,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림. 민주당 정권 등 개혁 진영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심지어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하다, 다만 평화유지군으로 성격 전환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옴. 이에 비해 진보 진영은 일부에서는 즉각적인 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했지만, 민주노동당 이래 진보정당에서는 대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진전과 함께, 혹은, 비핵화와 연동해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를 형성하면서 주한미군도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 
- 정의당도 진보정의당 명의로 창당하던 당시의 강령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 진전과 연동해 종속적 한미동맹을 탈냉전적 관계로 재편하고,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고 명시함. 그에 비해 2015년 개정된 신강령에서는 “군사 주권과 안보 주권을 되찾고 평화협정을 체결해 전쟁을 종식시키며 동아시아 평화를 주도해 갈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군축을 위해 남북 상호 간 노력하고, 주변국과 협력해 지역 공동 안보 체제를 형성할 것이다.”라고 해 주한미군 문제를 생략함.
- 첫째, 미·중 패권 경쟁, 중국의 부상과 대국주의적 행태,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 등 동아시아를 위시한 국제질서의 변동과 불안정이 심해지고,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을 반영. 둘째,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평화협정 체결-동아시아 공동안보체제를 지향하면서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이 지역 균형과 평화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변모할 가능성이나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등 변화하는 조건에서 동 문제를 새롭게 접근, 해결하는 등 좋게 말해서 미래를 열어놓은 것 혹은 미래의 문제로 유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해체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단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화화된 한미동맹이나 대중들의 안보 불안 심리 때문만은 아님. 북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이지만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이라는 평화·외교·경제에 반하는 대책을 취할 수는 없고,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달성 때까지는 미국의 핵우산에 일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임.
- 핵우산 등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북이 핵무기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재래식 도발과 확전의 경우에는 한국의 독자적 전력으로도 충분히 억제 가능함. 핵무기 보유 여부를 제외한 군사력을 평가하는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0년 국가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북한은 25위를 차지함.
(연합뉴스, “세계 군사력 평가서 한국 6위... 북한 18위→25위로 하락,” 2020.7.21.일 자.  https://www.yna.co.kr/view/AKR20200721019700504)
 - 이런 상황에서 28,500명 가량의 대규모 미군이 전혀 감축 없이 주둔할 필요가 있는지 재고할 필요. 미국이 자국의 전략 변경에 따라 주한미군 성격과 인원 등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한편, 비이성적이고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계속 압박하고 있으며 사드에 이어 중국을 경제·외교·안보 등 다방면에서 압박하는 정책에 가담하라고 요구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카드로 사용하고 있음. 이에 비해 한국이 주한미군 규모 등에 고정불변의 상수로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비이성적이며 협상의 지렛대를 약화시킨다고 할 수 있음.
- 주한 미 7공군이나 정보 전력 등을 제외하고 미 2사단 등 지상군 전력 상당 부분을 감축한다고 해서 한국 안보에 큰 타격이 가해진다고 보기 어려움. 오히려 미 2사단 등 지상군의 전면 철수는 신속 기동군으로서 동아시아 등 분쟁지역에 파병할 수단을 잃음으로써 특히 중국에 대한 포위 압박 수단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군부와 의회 등 미국 측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음. 우리로서는 안보 차원에서 큰 부담이 없고 미국 측이 오히려 내심 반대할 주한 미 지상군의 상당 부분 감축은 미·중 갈등이 점점 심화하는 상황에서 그 갈등의 파장에 우리가 휩쓸려 들어가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평화와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력한 카드가 될 수도 있음.
- 적정 수준의 미군 주둔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 완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안보의 보루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담보되지 않았을 때 미국이 그 과정과 결과에 동의하지 않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 역으로 북의 위협을 빌미로 한 ‘한미동맹 강화’론은 전략자산의 전개와 배치 등을 낳아 현재도 북한은 물론 중국의 반발을 낳고 있으며,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후에도 대규모 주둔과 한반도 외 지역 전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이 지속된다면 평화체제 정착과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음.
- 우선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주한 미 7공군과 정보 전력, 적정 수준의 지상군 유지를 전제로 주한 미 지상군의 상당 부분에 대한 감축에 합의함으로써 오히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탄력을 부여 → 비핵화(90% 정도 진척)-평화협정 체결 후 한반도-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서 주한미군의 성격을 규정하고 거기에 걸맞게 주둔 인원과 부대 등을 조정
(평화체제 진전과 함께 단계적 철수라는 전통적 입장과 유사할 수도 있으나 성격의 변환을 전제로 한미 양국의 협의와 조정, 주변국의 양해 등을 통해 상당한 부분이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음.)  (→ 통일 한반도는 영세중립국으로서 미·중 어느 블록에도 가담하지 않으며 외국군 주둔도 불허 : 이 단계는 남북연합 등 사실상의 통일이 진척된 이후의 단계이므로 논란과 저항을 피하고자 열려 있는 미래의 영역으로 놓아둘 수도 있음.)

  • #한반도 평화#신국제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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