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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제질서

미·중 무역전쟁 등 경제 갈등 심화와 함의, 과제

[정의와 대안] 2019.05.
  • 입력 2019.05.31 11:38      조회 769
    • 김수현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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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통일 분야-201905-미중 무역전쟁 등 경제갈등 심화 함의 과제.pdf

2019.05.31                                                                                          김수현(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의 중국산 수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및 중국의 미국산 수출품 600억 달러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가 6월 초부터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짐. 이 경우 희토류 등 자원의 무기화, 상호 추가적인 보복관세 부과까지 가해지는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음
-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한 관세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고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패권 전쟁 혹은 경제패권 전쟁으로 파악
- 미·중 갈등이 기존 안보분야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본격화되는 것은 한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대외 관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달성 등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식의 우리 내부의 갈등을 키우고 보복과 방기의 가능성이 있는 단선적 대안이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이익,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염두에 둔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


□ 미·중 무역전쟁, 기술패권전쟁

- 미국은 5월 10일 0시 1분을 기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올림. 중국은 이에 맞서 13일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힘. 이들 관세는 발표 당일 즉시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발표 시점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산 제품부터 부과하기로 했는데 중국산 화물이 선박 편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리고, 중국도 추가 관세 부과시점을 6월 1일로 설정했기 때문에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6월초부터 관세폭탄이 터질 가능성. 한편 관세 전쟁에서 상대적 약세에 있는 중국은 희토류의 미국 수출 차단을 시사하고 미국산 대두의 수입을 중단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음.
- 이번에 25%로 인상되는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사실 2019년 1월을 기해 발효된다고 했다가 2018년 12월 1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기술 이전과 지적재산권 방어,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행위, 서비스·농업 등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타협이 이루어지면서 유예된 것임. 때문에 일각에서는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협상을 통해 타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낙관함.
-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단지 무역수지적자 축소를 위한 제반 조치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 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이전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해킹 방지를 위한 사이버 보안 등의 법제화인데 반해, 법제화는 불가하다는 중국의 국가적 자존심과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 문제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형국이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음. 
- 미국이 중국에 대해 먼저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의 법률 개정까지 강요하는 것은 기존의 자유무역질서를 해치는 신중상주의, 혹은 패권을 앞세운 국가이기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있음. 그러나 중국이 트럼프에 맞서 자유무역질서의 수호자를 자임한다고 해도 미국이 요구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들도 공통적 불만을 느끼고 있었기에 현재 양국의 싸움을 자유무역주의 대 보호무역주의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음. 
- 오히려 ‘중국제조 2025’ 등을 통해 첨단 제조업에서 기술 굴기를 이루려는 중국 대 그것을 차단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음.(5월 17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미중 기술패권경쟁’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여러 글과 이를 보도한 한겨레, “미, 화웨이 때리기 왜? 지금 중국 기술굴기 못 막으면 실리콘밸리 무너질 것”(2019.5.25.일자 기사). ; 최병일,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책들의 정원, 2019) 등 참조 바람.)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 혁신, 녹색성장 등을 통해 중국의 경제모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는 산업전략”이라고 중국 측은 말함.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단순히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기술 혁신을 하자는 정도가 아니라 빅데이터, 정보기술(IT), 인공지능, 생명과학, 항공우주산업 등 미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자는 것임. 그것도 비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단순히 제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핵심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 등에 대해 2020년 40%, 2025년까지 80%까지 조달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임. 이런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중국은 중저가 제품을 미국 등 선진국에 파는 세계의 공장, 실리콘밸리의 하청 제조기지에서 벗어나 자체적 기술과 표준을 갖춘 국가로 변모하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러스트벨트처럼 퇴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미국이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들 수도 있고,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선두 기업이 유독 중국에서 설 자리가 없는데 대한 불만과 시장 개척 전술로 볼 수도 있음. 하지만, 중국은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관건적이라고 하는 AI와 그 받침이 되는 빅데이터 등에서 8억이 넘는 자국 인터넷 사용자들과 바이두, 텐센트 등 독자적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 또한 세계 최초의 달 뒷면 착륙 성공과 세계 제1의 드론기업 DJI 등 항공우주분야에서도 세계적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음. 최근 미국의 집중적 견제를 받는 화웨이의 경우, 4차산업혁명의 신경망이라고 불리는 5G 분야에서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었기에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이라고도 함. 
- 즉 현재 진행되는 무역전쟁의 본질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을 견제하고, 기술 패권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제조업 분업체제와 국제금융질서 등 세계 경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대 세계 시장체제가 자국에게 준 과실을 누리되 국가주도의 압축적인 성장을 기술 분야에서도 달성하려고 하는 중국이 벌이는 미래의 경제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기술패권전쟁이라고 할 수 있음. 

□ 미·중 무역전쟁, 기술패권전쟁 등 패권경쟁의 함의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대국으로의 부상(대국굴기)과 그에 따른 미중 패권경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총 GDP 등 양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게 될지라도 양국의 기술격차와 소비여력의 차이는 단기간에 극복되기 힘들어 세계경제의 분업체제, 상호의존체제 등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봄. 그런데 기술격차가 허물어지고 중국이 기술과 표준에서 독립한다면 단지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와 미국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IMF, 세계은행 등을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질서 등 세계 경제에서 미국 패권체제를 위협할 수 있음. 
- 또한 국방비에서 세계 2위에서 10위까지의 국가를 합친 것보다 많은 지출을 하며 군사기술에서도 나머지 국가를 20~30년 정도는 앞서고, 지구촌 곳곳에 동맹과 미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군사 혹은 안보 분야에서의 미국 패권도 금이 갈 수 있음. 
- 이런 미국 일국패권체제의 균열 가능성은 역으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강압적 행태를 보이는 미국 대(對) 부당한 탄압을 극복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중국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할 수 있음. 그러면 세력전이, 혹은 그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기존 패권국 대 신흥 도전국 간의 전쟁이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미국의 저명한 학자이자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 분석가인 그레이엄 엘리슨이 사용해 유행되는 용어로 신흥 강대국이 급격히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특별하고 비상한 노력을 전개하지 않을 경우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 엘리슨은 아테네의 역사학자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자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며, 투키디데스가 가리키는 역사적 은유가 지금의 중국과 미국 간 관계를 잘 들여다보게 해주는 렌즈라고 주장. 그레이엄 엘리슨 저, 정혜윤 역, 『예정된 전쟁』(세종서적, 2018). 참고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은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고대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겨룬 전쟁으로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 과정에서의 상호 출혈로 고대 그리스 세계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에 미·중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빠져버릴 수도 있음. 
- 미·중 경쟁의 성격을 분석하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전문가들 중 그런 극단적 가능성까지 상정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는 그렇게 많지 않았음. 그러나 핵무기가 내포하는 절멸의 공포 때문에 그런 대전쟁까지는 이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냉전시대의 대리전, 전방위적인 치열한 대결 등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까지는 부정할 수 없음. 그런데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중 관계를 협력과 경쟁·갈등이 복잡하게 중첩된 ‘복합적 관계’로 규정하고 가까운 미래에도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함.(신종호,정성윤,김재철,민병원,임수호,전재성,정재관,차창훈 공저, 『2030 미중관계 시나리오와 한반도』(통일연구원, 2018) 등. 앞의 책에서는 신냉전을 ‘전략적 갈등’에 따른 것, 혹은 전략적 차원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악성경쟁, 즉 전략적 갈등 자체로 규정.) 미·중 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기에는 냉전기 미소 관계와는 달리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관계 악화의 방어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제 분야에서 오히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 
- 미·중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한국이 처할 경제적·지정학적 어려움,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전략적 선택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분출됨. 특히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전략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그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이고 이제 버려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음. 그러나 그런 단선적 대안은 첫째, 우리 사회에서 친미 대 친중의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높으며, 둘째, 성급하게 어느 한 쪽을 택하면 상대가 보복하고, 그 보복에 다른 상대가 자기 일처럼 달려들어 방어할 가능성은 낮으므로 우리만 피해를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음.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미국의 방관 등이 그 사례. 셋째, 당장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에는 안보에서 미국, 경제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장기적 대안 없이 선택지가 될 수 없음.


☞  대응방향


□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직시, 합리적 대책 강구해야

- 생각보다 패권 경쟁이 일찍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냉정하게 직시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책임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 섣부르게 예단하고 성급한 대책을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거나, 역으로 중장기적 전망과 대책은 부재한 채 땜질 처방식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 모두 무책임한 행태임. 미중 무역전쟁, 기술패권전쟁이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단기, 마스터플랜-구체적 대응이 망라된 대책을 강구할 필요. 

▶ 경제적 측면
- 무역전쟁, 기술패권전쟁 등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경제 부문의 경우, 필자의 전문 분야가 아니므로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평가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임. 다만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고민할 바에 대해 던져보고자 함. 첫째, 보호주의와 경제민족주의는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쓰나미가 되어 기존 자유무역체제를 쓸어버릴지, 이 경우 수출 등 통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경제의 대책은 무엇인지 강구할 필요. 진보진영은 지금까지 WTO 등 자유무역체제의 근간은 유지된다는 판단 하에 농민 등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공정무역의 활성화를 보완재로 제시하는 한편, 양자 간 FTA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지역경제공동체 등을 대안으로 제시함. 그것으로 충분하고 적실한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필요한지 모색할 필요. 
- 둘째, 이번 미·중 간 경제전쟁이 한국 경제에 초래할 위기와 기회의 복합적 성격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적 부상은 한국에게는 대체로 큰 이익을 제공해주었음.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은 중국의 대미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증가할수록 이익이 커짐. 2018년의 경우 대중국 무역흑자는 약 556억 달러에 달해 전체 무역흑자 약 697억 달러의 약 80%에 달함. 이에 따라 홍콩(4위)을 제외하고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에 달해 2위 미국, 3위 베트남, 5위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음.(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 http://stat.kita.net/stat/kts/ctr/CtrTotalImpExpList.screen 참조.) 하지만 중국의 첨단기술 부문에서의 급속한 성장, 특히 중국제조 2025에 따른 핵심부품의 국산 조달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간재 수출도, 첨단제품에서의 경쟁도 여의치 않을 것임. 미·중 간 경제전쟁은 한국 경제에는 위기이기도 하고, 더 큰 위기를 방어할 기회이기도 한 것임. 물론 섣부르게 기회의 측면을 활용하려고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쫓다 보면 중국의 보복을 당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 중국의 성장이 미래에도 여전히 기회가 되게끔 우리의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한편, 중국 경제에 대한 상대적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

▶ 비핵화·평화·통일의 측면
- 미·중 관계가 협력적이냐, 아니면 경쟁과 갈등이 심해지느냐 하는 양상과 전망이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폭넓고 심대함. 여기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남북관계 발전 등에 미치는 측면을 중심으로 보고자 함. 결론적으로 미·중 간 갈등적 요소의 증대는 세 가지 핵심 과제 등에 모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함. 평화와 공동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자율성을 옥죄고 중국-러시아 등 대륙세력에 저항하는 미국-일본 등 해양세력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강제할 가능성이 커짐. 신냉전이 도래하면, 남북은 통일의 기회를 상실하고 만성적인 대결의 시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핵무장을 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도 요원해지고 미·중 패권경쟁 최전선이라는 지정학적 요인까지 더해져 안보 위기는 더 심해질 가능성.
- 트럼프 정부 들어서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진 것 같지만, 사실 오바마-시진핑 정부 시기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과 중국의 맞대응으로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함. 오바마 정부는 글로벌 차원의 의제, 즉 세계 경제의 위기 극복, 기후변화 및 테러 등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동아시아 혹은 아시아 지역 차원에서는 남중국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 해양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한편, 일본의 군사대국으로의 변신을 옹호하고 한·미·일, 미·일·호 등 대중국 3각 동맹을 형성·강화하고자 함. 한반도에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이런 중국 견제 정책의 합리화에 이용하는 한편,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해버림. 사드 배치는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미국 주도 MD체계의 구축을 통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꾀하는 한편, 한중 관계를 소원하게 함으로써 미국으로서는 이중적 성과를 거두게 함.
-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의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비약적 증강, 트럼프 본인의 미국우선주의가 겹쳐 북한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꼽힘. 2018년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 등이 계기가 되어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달성-북미관계 정상화-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과제 달성에 큰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임. 그러나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그 후 상황이 보여주듯, 이런 포괄적 과제 달성의 해법, 각자 행동의 우선순위 등을 둘러싼 이해의 차는 넓고 커서 단번에 해결하기 쉽지 않음. 국내외 전문가들 대다수가 한반도비핵화에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함.(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완전한 비핵화 달성 시기에 대한 질문에 10년 이후가 45.3%로 가장 많았고, 5~10년 사이가 29.8%로 뒤를 이었다. 정성윤 등 공저, 『북핵 종합평가와 한반도 비핵화 촉진전략』(통일연구원, 2018), 특히 pp. 239-240.) 그런데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점점 심해져 협력적 요소를 압도할 상황이 되면,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이 더욱 커져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북한 스스로의 동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 그렇게 되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도 어려워질 것임. 즉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를 진정 원한다면 그 프로세스가 역진하지 않을 정도의 큰 진전을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달성할 필요. 
- 지금처럼 티격태격하며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정한 시한인 2019년 연말까지 특별한 전기를 마련하기 어려움. 북한 정부는 어떻게든지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 호응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북관계는 계속 발전시키고, 남북대화를 통해 상황의 돌파구를 여는 대승적·능동적 정책을 전개할 필요. 2017년 연말과 2018년 연초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했다고 해도 평창을 매개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행보가 없었다면 판문점 회담은 없었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가 없었다면 싱가포르에서의 1차 북미정상회담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상황을 반추해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호응할 필요.
- 한미 당국 역시 ‘대화가 이루어질 때는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지’ 등 북한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내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 행동이 필요. 비록 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한미연합공군훈련 등은 북한에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다분함. 연례적이며 낮은 수준의 훈련이라고 강변하고, ‘너네도 단거리 미사일 개발과 발사 등 통상적 수준의 훈련은 하고 있지 않느냐, 상호 이런 것들은 무시하고 대화의 장에나 나오라’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대화의 장에 이끌어낼 기반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형성할 필요. 
- 더불어 한국 정부는 미(일)·중(러) 간 대결의 자장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그들이 협력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기후변화·대테러·핵발전소 안전 등 비전통적 안보 이슈와 함께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동참하도록 지역 공동체의 비전과 활동 구상 등을 제시하고 초기 형성 과정을 주도할 필요가 있음. 너무 북·미에만 집중하지 말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지역공동체의 대안을 현실화시켜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형성 프로세스의 안정적 추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칫 어느 일방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는 외교안보정책의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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