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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경제] 디지털 플랫폼 독점 견제, 의지 있나

네이버-카카오공화국은 올 것인가?
  • 입력 2021.09.16 15:57      조회 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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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기업에 대한 전쟁이 시작되나?

글로벌 기업이든 국내기업이든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공격하면, 혁신을 저해하는 구태의연한 세력으로 낙인 찍히던 시절이 있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 무지하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시가총액 1조원의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을 몇 개나 만들어내는지를 목표로 중소벤처부의 성과가 결정되는 시절이 있었다. 언제냐구? 바로 한두 달 전까지도 그랬다.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했다. 플랫폼기업의 혁신 찬양 일색이던 거대 양당 정치인들도, 테크기업의 놀라운 성공스토리를 끝없이 써대며 배우자던 미디어들도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면서 빅테크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6월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이 일어난 쿠팡은,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인해 “기존 유통시장 질서가 흔들리면서 기존의 유통 대기업까지 ‘쿠팡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쿠팡은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경쟁 온라인몰에서 일시적 할인판매 등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하면, 100개가 넘는 납품업자들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현저한 불공정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의 90%를 독식해버린 카카오 모빌리티는 멋대로 유료 호출서비스 가격을 올려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T뿐 아니라 꽃배달, 스크린 골프장과 카카오헤어샵까지 진출해서 국내외 법인만 158개를 거느려서 기존 재벌 뺨치는 지네발식 확장을 해온점도 집중적으로 비판 받고 있다.

결국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꽃과 간식, 샐러드 배달등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 상생기금 조성하겠다고 발을 뺐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셀 때 소나기 피하는 식으로 상생기금 내겠다는 반응이 어쩐지 구재벌을 빼닮았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1위는 우리가 아는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아니라 포털사이트로 알려진 네이버다. 비결은 네이버가 상품들을 비교 검색하는 ‘네이버쇼핑’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처럼 상품을 직접 소매하는 ‘네이버 스토어’를 직접 겸업하는 데 있다. 여기에 자사 결제시스템인 ‘네이버페이’가 보태진다.

네이버의 이와 같은 위치를 이해충돌관계, 또는 ‘이중적 지위(플랫폼 사업자이자 동시에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 자연스럽게 자신이 소유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또한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특혜를 주려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네이버가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는 과징금을 부과한바가 있다.

이렇듯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민)’로 상징되는 이른바 ‘디지털 재벌’의 갑질과 횡포, 반 노동행위 등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자, 정치권, 언론, 시민들이 서로 경주를 하듯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플랫폼 찬양가는 사라지고 거대 플랫폼기업에 대한 전쟁이 시작되려는가?
 

그림1. 디지털 플랫폼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요란스런 플랫폼 규탄들, 결국 변죽만 울리고 말것인가?

그런데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에 비하면, 이를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는 상당히 애매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인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장황한 진단을 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1년 전부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등 동반자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과 신속한 분쟁해결, 권리 구제 등을 뒷받침하겠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해서 준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비추어볼 때 대중소기업 상생법으로 재벌의 시장지배력과 경제권력 남용을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수준으로 지금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플랫폼기업 독점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심지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일부 사업의 철수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흥 디지털 재벌 총수의 유화적 액션이 나오면 해결된 것처럼 무마하는 과거 행태가 플랫폼 경제시대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플랫폼 독과점과 시장교란 행위를 요란스럽게 규탄하다가 슬그머니 잦아지는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그려지는 이유다.

시장규칙을 다시 짜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플랫폼경제의 공정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세계적으로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가격폭리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없다는 협소한 시각을 벗어나, 100년 전에 거대독점체들에 맞서 시장규율을 세웠던 원칙과 정신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과도한 경제권력에 경종을 울렸던 미국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Dembitz Brandeis)의 이름을 딴 신브랜다이즈운동이 그것이다.

지금 유럽에서 경쟁위원회 책임자로 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가 최근까지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기업들의 반경쟁행위에 위협적인 과징금 부과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새로 임명된 미국 FTC위원장 리나 칸(Lina Khan)이,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단순한 가격문제를 넘어 일종의 공공인프라가 된 플랫폼을 지렛대로 한 독점횡포라고 강조하는 것도 신브랜다이즈 학파적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으로 알려진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태, 이들이 발생시키는 시장구조의 기형화, 기존의 조세와 규제체제의 무력화, 그리고 심지어 이들이 창출해내는 불안정 노동까지 총체적으로, 기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언론이나 정부, 정치권이 과연 이런 수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플랫폼기업의 독점 규제를 직접 책임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지금까지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사후적으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그때에 가서야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조차도 법정소송에서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치권도 뒷북치기 식으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요란스럽다가 플랫폼기업들이 상생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물러서는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전적, 제도적으로 플랫폼 독점과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막기 위한 규제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서 공정한 시장규칙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재 정의당 정도에서만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미국 의회가 ‘아마존 독점 규제법’을 발의했듯 우리 국회도 ‘쿠팡 독점 규제법’을 준비”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정당 심상정 의원 역시 “혁신의 탈을 쓰고 괴물이 되어가는 디지털 플랫폼 공룡들의 독과점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 저는 새로운 <디지털플랫폼기업 독점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유사한 취지다.

기존 재벌들의 오랜 시장지배를 우리 정치는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와 재벌의 연루가 적폐로 터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제 신 디지털 재벌들에 대해서도 우리 정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 이 글은 '레디앙'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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