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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8-5. 위기의 지역경제, 그 새판 짜기를 위한 ‘지역공공은행’

: 공공적 주체가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갖는 의의
  • 입력 2023.06.17 16:29      조회 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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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_위기의 지역경제, 그 새판 짜기를 위한 지역공공은행_양준호.pdf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소장

- 제도주의,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이론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경제 연구에 매진해왔다. 특히, 기존의 지역 내발적 발전론을 ‘지역순환경제론’으로 새롭게 명명하며 그 내용의 진보적 재구성을 지향하는 집단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연구성과의 발신을 위해,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다양한 실천적 지역운동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편저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 위기의 지역경제, 그 새판 짜기』, 『지역회복, 협동과 연대의 경제에서 찾다』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진보적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독점자본의 공간 전략에 대한 시민적 저항, 통제, 계획”, 『마르크스주의연구 제20권 제2호』 등이 있다. 




1. 들어가며
   : 은행 ‘돈’ 유출로 인한 지역과 금융약자의 피폐화 


  우리나라 지역경제는 급속하게 피폐화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경제와 산업은 침체 일변도로 추락하고 있으며 그러한 경향이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경제를 떠받쳐야 할 경제 동력들, 즉 인재, 자금, 조달 및 투자, 기업수익이 서울을 향해 유출되고 있다.(주: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각 지역의 경제 동력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 피폐화의 심화 현상에 관해서는 다양한 실증적인 논의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에 관한 실증적인 검토는 생략하기로 하며, 지역의 인재, 은행자금, 기업수익, 기업 및 지역앵커기관들의 조달 또는 발주가 서울로 유출되고 있는 현황은 양준호(2023) ‘진보적 대안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독점자본의 공간전략에 대한 시민적 저항, 통제, 계획’, 마르크스주의연구 제2권 제2호(여름호), 양준호 외(2022),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 위기의 지역경제, 그 새판 짜기”, 한울아카데미, 그리고 양준호(2022) ‘후기산업사회연구를 발간하며: ’지역뉴딜‘로서의 지역순환경제’, 후기산업사회연구 제1권 제1호(창간호: 지역경제의 위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그 방법론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춰), 인천대학교 후기산업사회연구소를 참조하라.)
  특히, 그중에서도 지역 시중은행들의 자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영리 시중은행들이 지역의 금융시장을 장악하면서 확보한 수익은 지역 안에서 재투자되지 못하고 그들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로 유출되고 있고, 또 그들의 실제 예금자금이나 신용창조를 통한 예금통화 역시 지역 안의 자금 수요를 외면하고 심각한 수준의 지역 내 ‘금융배제(Financial Exclusion)’ 현상을 초래하며 수익성이 높은 투융자 처를 찾아 해당 영업지역 밖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시중은행의 수익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인 투융자 행태는 지역경제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동력 중 하나인 은행 자금과 은행이 발행하는 통화를 지역 밖으로 유출시키면서 침체되고 있는 지역경제의 피폐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음과 동시에
(주:예컨대, 문종덕, ‘지역에서 형성된 자금의 역외 유출 심각: 지역내총생산 대비 지역자금 역외 유출 비율이 20%에 달해’, 한국방송뉴스, 2020년 1월 30일 자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의 금융기관 수신 잔액은 1,768.2조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대출 등의 투융자에 사용된 금액은 1,484.5조 원으로 집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각 지역의 수신에서 여신을 뺀 금액이 283.3조 원에 이르렀는데, 총 수신액의 무려 16%에 달하는 이 돈은 주로 서울에 있는 금융기관 본사로 옮겨져서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매입 등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 중 하나인 ‘금융배제’ 현상을 지역 차원에서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주: 지역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영리 시중은행들의 자금 역외 유출과 금융배제 또는 금융소외 현상 간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윤효중(2022)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과 설립에 관한 에세이’, 후기산업사회연구 제1권 제1호(창간호: 지역경제의 위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그 방법론으로서의 ‘지역순환경제’, 인천대학교 후기산업사회연구소를 참조하라. 지역 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영리 상업은행(시중은행)들이 그들 투융자 및 수익을 지역 밖으로 특히 서울로 유출시키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포스트 케인즈학파의 ‘내생적 화폐공급 이론’을 토대로 관련 통계를 검토해보면, 인천의 경우, 시중은행 자금의 100% 이상이 지역 밖으로 투융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8년 기준).)
 
[그림 1] 은행의 신자유주의적 경영과 지역의 피폐화, 경제적 약자의 빈곤화


  이렇듯, 지역 금융시장에서의 ‘시장(Market) 실패’는 명약관화하다. 금융 독점자본, 즉 대형 시중은행의 수익원리주의적인 신자유주의 은행경영은 지역 내 금융배제와 신용할당 현상을 부추기고 지역 내 은행자금과 그 수익을 지역 밖으로 유출시켜 지역경제의 동력 상실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지역금융의 ‘시장 실패’에 대해 적절하게 개입해야 할 ‘국가’, 즉 지자체의 대응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에 의한 지역 신용보증정책 역시 영리 시중은행과 동일한 신용평가 기준으로 지역 내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등의 신용보증 수요자들에 대한 공급을 결정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지자체에 의한 지역 신용보증정책마저 그 공공성을 크게 상실했다. 
  예컨대, 부산광역시 산하 신용보증기금이 공급하는 ‘소상공인 특별자금’의 84.7%와 ‘임대료 지원’의 81.4%가 신용등급 1~4등급에 해당되는 우량 신용조건을 갖춘 자금 및 신용보증 수요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주: 곽동혁(2020) ‘부산신용보증기금의 육성자금 및 운영자금 대출에서의 역할’, 부산광역시 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질의자료 )  담보능력이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개인 자영업자를 공공의 입장에서 보증하는 것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역할임에도 지자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중은행들과 동일한 신용평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부산광역시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이차보전 방식 중소기업 육성자금은 총 14건 중 13건이 부동산 담보였고, 융자 방식 중소기업 육성자금은 15건 중 15건 모두 부동산 담보로 대출이 실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 원동화(2020), ‘곽동혁 부산시의원, 부산신보 육성자금 및 운전자금 대출보면, 존재가치 의문, 부산제일경제신문 2020년 12월 22일 자. 이 기사에 의하면, 부산시의 경우, 신용보증서가 담보로 설정된 것은 1건에 불과했고 그것마저도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아닌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였음이 드러났다. 또중소기업 운전자금(이차보전 방식)의 경우도 상황은 심각해서 전체 대출건수 372건 중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서가 담보로 설정된 것은 2건에 불과해 전체의 0.2%에 그쳤다. 이는 신용보증기금 보증서가 14.6%, 기술신용보증기금 보증서가 3.1%인 것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렇듯, 담보능력이 부족한 지역 내 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과 경제적 약자 개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광역자치단체의 지역 신용보증재단은 형해화된 지 오래다. 지역금융에 있어서의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도화된 지자체의 지역 신용보증정책이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정량적, 계량적 정보에 의거하여 신용공급 정책을 취한다는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다. 이와 같은 ‘국가의 실패’ 역시 지역금융을 위축시켜 되레 지역경제를 피폐화하고 또 지역 차원의 금융배제 현상을 심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결국,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융의 ‘시장 실패’가 초래하는 심각한 ‘금융배제’ 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적으로 속수무책인 상황임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은행법 등과 같은 중앙 차원의 금융규제에 의해 기인하는 지자체 금융정책 재량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 금융시장의 새로운 조정 주체를 제도화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지 않을 수 없다. 즉 ‘시장(Market)’과 ‘지자체(State)’를 뛰어넘는, 기존의 경영 및 정책의 틀을 극복하는 새로운 지역금융의 방식과 그 대안적 주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국가’의 관료적 조정방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지역금융의 주체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일맥상통한 맥락에서, 세계 각 지역에서는 금융에 대한 새로운 조정방식으로서의 ‘시민적 조정(Civil Régulation)’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 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 또는 ‘사회적 조정’ 개념에 관한 자세한 이론적 논의는 양준호(2022)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미국 ‘지역재투자법’: 지역금융의 ‘사회적 조정’에 초점을 맞춰‘, 인천학연구 제36권을 참조하라.) 미국에서는 지역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정부 및 주 정부와 지역의 시민사회 간의 협치를 토대로 지역 차원의 금융 독점자본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이른바 ‘시민은행’을 통해 시민이 직접적으로 금융자원을 배분하는 실천적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나아가 유럽에서는 지자체와 지역의 시민사회 그리고 지역 내 협동조합금융기관 간의 협치를 통해 지역 내 금융배제 현상을 최소화하여 지역경제를 떠받쳐야 할 은행의 자금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대응을 취한다. 즉, 이론적으로도 또 경험적으로도 지역금융에 관련된 새로운 주체로서의 ‘시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지역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이 모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된, 이른바 ‘지역공공은행(Local Pubic Bank)’을 미국 노스다코다 은행의 사례를 중심으로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윤석열 정권이 ‘공공재로서의 은행’이라는 모처럼의 합당한 논리를 실은 키워드를 제시했음에도, 현 정권의 관련 방안 역시 전혀 구체화하지 않고 있고 또 실효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대안적인’ 금융체제에 관한 정책들이 정치권에서조차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또 ‘지역소멸’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직면해있음에도, 진보정당을 포괄하는 정치권은 여전히 중앙화된 담론에만 매몰되어 있는 점은 이 글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2. 대안으로서의 ‘지역공공은행’

    1) ‘지역공공은행’을 주목하는 이유 
  이 절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금융모델의 새로운 기조로서의 ‘시민적 조정’이 작동되고 또 ‘지역’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 모범적인 정책 대응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지역공공은행(Local Pubic Bank)’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이 ‘지역공공은행’을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위에서 논의했던 지역경제 또는 지역금융의 피폐화 문제와 금융배제 현상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뿐만 아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 역시 ‘지역공공은행’에의 주목을 정당화해준다. 
  첫째,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각 지역이 피폐화되고 있는 것은 지자체의 ‘재정분권’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은 중앙정부에 수직 종속되어 있는 관계로, 지자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적 서비스 또는 공공정책을 충분히 또 적기에 제공하거나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 우리나라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지자체의 경제주권을 확립하는 것이 절실하며 이를 담보해줄 수 있는 유력한 방법론이 바로 ‘지역공공은행’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와 같은 지자체 재정의 분권 또는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직접적이고도 공공적인 화폐발행 루트가 긴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하에서는 민간 상업은행들이 화폐발행권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의 90% 이상은 상업은행들의 신용창조 프로세스를 거쳐 발행되며 이와 같은 루트의 화폐는 공유재로서의 ‘돈’이 갖는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채무를 안겨다 주며 나아가 은행의 이자수익 독점에 의해 은행의 몸집만 불리게 한다. 즉 지역발전 또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공공적인 목적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공공은행’을 통해 지자체가 재정 상황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통화를 발행하여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이와 같은 공공적인 금융정책 대응은 민간 상업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화폐발행권을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려놓음으로써 ‘화폐주권’을 국민에게 부여할 수 있는 이른바 ‘화폐민주주의(Monetary Democracy)’를 담보할 수 있게 해준다.
(주: 국내에서는 최근 ‘화폐민주주의연대’로 불리는 이론 지향적인 시민조직(경남대 서익진 명예교수, 현영애 녹색당 서울시당위원장, 불어판 저서 ‘화폐의 비밀’의 공동 역자 김준강 화폐민주주의연대 사무국장이 주도)이 결성되었는데, 이들은 민간 상업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화폐의 발행권을 공공의 영역 또는 국민에게 되돌려 공유재로서의 화폐가 갖는 본래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화폐주권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인천대학교 후기산업사회연구소가 주창, 담론화하고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가 그 제도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이른바 ‘지역공공은행’을 화폐주권의 공공적 회복을 위한 방법론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 지자체 금고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돌 수 있게 하여 지역경제의 순환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지자체 금고의 대부분은 지역 금융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이다. 이로 인해, 공적인 스톡 자산으로서의 지자체 예산기금이 금고를 맡은 시중은행의 수탁고 확보와 시장 평판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금고로서의 위상을 활용하여 확보하는 해당 지역 내에서의 막대한 수익은 지자체 재정으로가 아니라 그들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유출되고 있다. 지역경제를 떠받쳐야 할 경제동력으로서의 지역 내 기업의 수익이 고스란히 지역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지역주의적으로 막아내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수익이 자동적으로 지자체 재정으로 이어지는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순환형 경제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 ‘지역공공은행’이란?
  10여 년 전에 상영됐던, 리버럴 성향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제작한 미국 영화 ‘자본주의(Capitalism: Love Story)’에 특별영상이 실렸다. 이를 통해 전 세계로 발신된 영화 속 ‘아주 특별하고 멋진 사회주의 은행’이 미국 노스다코다 지역의 주립은행인 노스다코다은행(Bank of North Dakota)이며, 이 은행은 이른바 ‘지역공공은행’의 원조이자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무어의 영화를 계기로, ‘지역공공은행’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을 극복하고 금융배제를 완화하며 지역을 살리고 지자체의 정책 주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대안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의 여러 주에서 ‘지역공공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법 개정 운동이 진보적 성향의 지역운동가들에 의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 조환동, ‘공공은행 설립 허용’ 가주법 확정, 한국일보 2019년 10월 4일 자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와 카운티 정부 등 지방 정부가 공공은행(Public Bank)을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하고 주지사가 서명하면서 주법으로 확정됐다. 데이빗 치우 주 하원의원(민주·샌프란시스코)이 발의한 이 법안(AB 857)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최대 10개 도시나 카운티에서 주민 승인 절차를 거쳐 공공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역공공은행(Local Public Bank)’이란, 특정 지역 차원에서 화폐(통화)가 공공적인 주체 및 목적에 의해 발행되어 그 화폐의 공공적 성격을 담보하고자 하는 은행이다. 이를 위해, ‘지역공공은행’은 지자체가 출자(투자), 설립하고 지자체와 그 지역의 시민사회 간의 공동제작(Co-Production)에 의해 투융자를 비롯한 모든 사안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역공공은행’은 첫째, 출자 주체인 지자체 예산(재정)을 토대로 하는, 이른바 ‘금고’로 불리는 지자체 은행으로 기능하며, 둘째, 민간 상업은행과 같은 신용창조 프로세스를 통해 화폐를 발행하여 지역 내 상업금융이 영리적 이해관계에 의해 대응하지 못 하는 자금수요에 대해 투융자한다. 셋째, 지자체의 정책 기획 및 집행을 위한 재정수요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발행하는 관련 지방채를 즉시 매입하여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적극 대응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 정책이 지방재정 상황에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지자체 재정운영의 자치화, 민주화를 담보한다. 넷째, 주로 지역 내 ‘2차 금융시장(Secondary Market)’에서 민간 상업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 내 대출에 대한 채권을 매입하고, 다섯째, 지역 내 자금수요에 대해 민간 상업은행과의 공동 투융자(50%의 투자/융자, Participated Loan을 활용) 주체로 참여하며, 여섯째, 지역 특화산업 관련, 지역 내 산업연관 수준이 높은 프로젝트, 지역 내 소상공인, 사회적경제기업, 그리고 금융적 약자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투융자도 제공함으로써, 지역 안의 민간 상업은행과 연계하며 그 기능을 보완하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에 관한 투융자를 주도하면서 상업금융이 초래하는 금융배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일곱째, 이와 같은 직간접적인 투융자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민간 상업은행과 같이 지역 밖으로 유출하지 않고 지자체의 재정으로 환류시키는데, 이를 통해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의 부(Wealth)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초래하는 지역경제 피폐화를 막고, 또 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Community Wealth Building)을 통해 지역순환경제에 기여한다. 여덟째, 특히 이와 같은 ‘지역공공은행’의 투융자는 경기역행적인 형태로 지역금융시장에 공급되면서, 민간 상업은행의 경기순행적인 투융자 변동의 불안정성을 완화하여 지역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담보한다. 아홉째, 앞에서 언급한 2차 시장에서의 채권 매입, 민간 상업은행 융자에 대한 공적 보증, 그리고 정책적이고 공공적인 성향이 강한 투융자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지역 금융시장 활성화와 동시에 지자체에 의한 공공적인 목적의 화폐발행 루트를 구축,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공공은행’은 지역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의 ‘지역화 또는 현지화(Localization)’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은행이나 기업들의 주식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한다.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노스다코타은행 이외에도, 독일의 스파르카센(Sparkassen)과 캐나다의 앨버타주립은행(ATB Financial)도 ‘지역공공은행’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2004년에 설립된 후 지자체의 일방적인 과잉 투융자로 파산해버린 도쿄도립은행(新銀行東京, 동경도민은행) 역시 한때는 일본형 지역공공은행으로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3) 노스다코타 지역 사례를 통해서 본 ‘지역공공은행’
  노스다코다은행(Bank of North Dakota)은 노스다코타 지역에서 설립, 운영되고 있는 미국 유일의 ‘지역공공은행’이며, 국내의 지역공공은행론자들도 그 이념형으로 주목하고 있는 모범사례다. 1919년에 설립된, 무려 100년이 넘는 오래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이다. 노스다코타은행은 노스다코타주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 안의 농가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중소사업자들을 지역 밖의 상업은행들과 금융자본, 그리고 마피아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한 지역 내 진보적 정치운동을 계기로 설립되었다.
(주: 대공황 시기의 노스다코타은행은 노스다코타 지역의 교사들이 급여로 받은 보증서룰 현금화할 때 손실 없이 모두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업무에 집중하였으며, 1940년대에는 1930년대에 압류되었던 농지를 원래 소유자였던 농민에게 되팔아 그들이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대응에 주력했다. 1960년대에는 미국 최초로 학자금 대출(직접 대출)을 제도화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 기간 동안 노스다코타 지역 농민들을 위한 농업 구제 대출 및 복구자금 대출을 실시했다. 요즈음 지역 내 경제순환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적극 투융자하여 지역순환경제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노스다코타 주정부의 지역발전을 위한 공공정책 전반에 소요되는 예산자금을 노스다코타주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즉시 매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1940년대 이후에는 지역 내 경제적 약자들을 구제하고 지원하는 투융자를 집중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이 시기에 노스다코타 지역경제의 ‘구세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노스다코다 지역 내의 농업, 공적 사업,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민간 산업거래,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민간기업들의 현지화 또는 지역화(Localization), 이른바 커머닝(Commoning) 운동, 그리고 지역 내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저리 융자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림 2] 노스다코타은행의 자금중개 흐름

주: 노스다코타은행 홈페이지 https://bnd.nd.gov/history-of-bnd/를 토대로 필자 작성

  나아가 노스다코타은행은 지역 내 소규모 은행들과 신용조합의 지역 내 자금수요에 대한 투융자에 대해 파트너십 ‘참여대출(Participated Loan)’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노스다코타은행의 지역 내 기업 및 농가에 대한 참여대출은 2020년 기준으로 20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내 소규모 은행들과 신용조합 대출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노스다코타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현재 6억 5천만 달러 규모인데, 지역 내 소규모 은행 및 신용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약 25%(소득 수준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자 대상)는 노스다코타은행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스다코타은행은 학자금 대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학교에 재학 중인 주 거주자와 노스다코타주 또는 인근 주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주 외 거주자에게 미국에서 가장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노스다코타은행의 이러한 일련의 대출프로그램은 그 금액, 대상, 심사방식에 관한 시민대표 기관인 주의회의 의사결정에 의해 제공되며,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 역시 이와 같은 지자체-지역공공은행-시민사회 간의 협치적인 공동제작(Co-Production)에 의해 편성된다. 

[그림 3] 노스다코타은행의 시민적/공공적 의사결정 및 처분


  노스다코타은행이 이와 같은 저리 융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노스다코타주 정부의 공적 수입, 즉 주 정부 예산으로 환류되고, 또 그 수익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지역민들에 의해 선출된 주의회가 직접 결정한다. 이 과정은 주의회 산하의 다양한 시민적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결국, 노스다코타은행의 수익은 앞에서 언급한 ‘시민적 조정’, 즉 공공적이고 또 시민적인 과정을 거쳐 처분, 활용된다. 또, 노스다코타은행의 수익은 ‘사회적 자금화(Commoning)’된다고 볼 수 있다. 민간 상업은행들이 영업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이른바 ‘돈 되는’ 투융자를 찾아 지역 밖으로 유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노스다코타은행은 그 수익이 최종적으로 지역 안에서 돌고 또 돌게 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정책에 연계되게 함으로써 공공적으로 지출되는 ‘사회적 자금(Social Money)’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한다.

    4) 노스다코타은행으로부터의 교훈
  여기서 제안한다. 첫째,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금고는 영리를 지향하고 수익을 지역 밖으로 유출하는 민간 상업은행이 아니라 노스다코타은행과 같은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공공은행’을 직접 설립해서 지역주민을 위한, 또 지역주민에 의한 은행에 지자체의 예산기금을 일괄 위탁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노스다코타 사례를 통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 금고는 지자체의 예산자금을 받아 수탁고 실적을 올려 지역 금융시장에서의 평판을 강화하여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해당 지역에서 여·수신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그와 같은 조건의 비즈니스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에 재투자하지 않고 그 본사가 있는 서울로 또 신용등급이 높고 담보능력을 갖춘, 소득 수준이 높은 자금수요자들이 있는 지역 외부로 유출한다. 노스다코타은행 사례로 볼 때, 공공적인 자금 및 예산을 관리하는 지자체 금고는 본질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공공적일 수 있는 은행이 맡아야 하는 것이 옳다. 
  둘째, ‘지역공공은행’은 지역판 중앙은행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노스다코타은행 사례가 갖는 중요한 의의는 그 은행이 노스다코타 지역 안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했듯이, 노스다코타은행은 주 정부가 발행한 공공적이고 또 사회적인 정책 프로젝트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를 즉시 매입해서 주 정부에게 신속하게 또 적시에 공급하는, 일반적인 중앙은행의 기능을 발휘한다. 이와 같은 ‘지역공공은행’의 기능은 지자체가 재정 제약에 속박되지 않고 지역발전 및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풍요롭게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지역공공은행’은 공적이고 사회적인 투융자를 통해 지역 사회혁신에 기여한다. 노스다코타은행은 농업사업자,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사회적경제기업, NGO, 교육기관 등과 같은 노스다코타 지역의 주체들이 기획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적이고, 공적이며, 사회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융자제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넷째, ‘지역공공은행’은 지역 내 민간 상업은행들을 무력화하기는커녕 되레 그들을 지원하고 보완한다. 노스다코타은행은 그 지역의 여러 상업은행 및 신용조합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풍요로운 기업융자 및 개인융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여한다. 앞에서도 검토했듯이, 지역의 여타 은행들이 지역 기업에 대해 대출한 것의 보증서로 볼 수 있는 대출채권을 지역 내 2차 금융시장에서 노스다코타은행이 적극적으로 매입하며, 노스다코타은행은 지역 내 상업은행 및 신용조합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역 내 1차 금융시장에서 공동대출, 즉 참여대출을 제공하며 일종의 공적 보증 기능을 수행한다. ‘지역공공은행’이 지역 내 민간 상업은행들의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노스타코타은행의 기능을 통해 기각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역공공은행’은 ‘인간적인’ 은행으로 작용한다. 노스다코타은행은 공적인 은행, 즉 공공은행이기 때문에 일반 상업은행과 같이 비인간적인 차압이나 추심을 하지 않는다. 노스다코타주 정부가 법률로 이를 규정하고 있고, 또 주의회와 지역 시민사회가 이를 상시 감시한다. 즉 노스다코타의 경우, ‘지역공공은행’의 ‘인간적인’ 측면은 국가(지자체)와 시민사회에 의해 중층적으로 통제된 귀결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공공은행’의 중요한 의의는 법정화폐의 신규발행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공공은행’을 통해 화폐발행권이 없는 지자체도 법정화폐 또는 공공화폐를 발행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정책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는 매우 중요한 함의가 녹아들어 있다. 예컨대,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를 나라 전체의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 인수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이와 같은 지역 차원의 공공은행에서 지방채를 매입해 지역민을 위한 재정정책을 먼저 선제적으로 취하게 하고, 그 후에 그 지방채를 중앙은행에게 매입하도록 해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지역공공은행’의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지자체의 긴축재정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 시민과 지자체를 위한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이는 지방재정의 분권 또는 민주화, 그리고 지역의 경제적 주권을 담보함과 동시에, 채무를 동반하는 상업은행 발행 화폐와는 달리 공공적으로 작용하는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루트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화폐주권적, 화폐민주주의적인 의의를 갖는다. 따라서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을 살리고, 금융배제에 직면한 지역 시민을 살리며, 화폐의 공유재로서의 본질을 살리는 진보적인 대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4] 지역공공은행과 지역순환경제



3. 나오며 : ‘지역공공은행’을 제안한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역공공은행’이라는 용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도, 또 올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지역공공은행’이 공약으로 제시되기까지 했다. 재작년 부산에서는 ‘지역공공은행’ 조례가 제정되었고, 또 올해 광주에서는 광주형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둘러싼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금융배제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적확한 정치 수사이자 정책 대응이다. ‘지역공공은행’을 제안하고 나선 이들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또 지지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이른바 '지역공공은행'에 대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의 반감이다. 즉 지자체가 설립한 공공은행이 지역 내 금융 약자들을 위한 정책금융을 펼치게 되면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들의 지역 내 시장이 줄어든다는 기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사실에 정합적인, 제대로 된 공공은행이 운영된다면 그건 한낱 기우에 불과하며, 되려 일반은행들은 공공은행을 반길 수밖에 없게 된다. 일반적인 상업은행들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는 이른바 '금융배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경제적 약자에 대해 은행이 대출한 그 채권을 2차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하여 지역 은행들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 은행대출을 늘리는 것을 유도해야 하고, 또 이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은행 대출금 중의 일부를 지자체가 은행과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지자체의 지역 금융시장에의 적극적인 관여는 그 지역 금융시스템 전체의 대출 능력을 끌어올리고, 지자체와 지역 은행 간의 이런 파트너십은 지역의 은행들이 단독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규모의 대출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금융의 정상화는 물론이거니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그로 인해, 지역경제의 선순환이 작동하게 되면 그 지역 안의 대출수요는 훨씬 커지게 되는데, 그러한 경우에도 지역 은행들은 지자체의 공적인 지원을 받아 대출 지원에 임할 수 있게 되므로, 늘어난 지역 대출수요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와 같은 지자체 금융정책 대응을 '공공은행'으로 부르며, 지역의 공공은행이라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지역공공은행’은 지역의 은행들이 운영 자본을 확대하는 것을 지원하고, 동시에 이를 통해 지역 은행들의 '민주적, 시민적 운영'이 담보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지역공공은행의 대표적 모범사례인 미국 노스다코타은행은 노스다코타 지역 내 은행들의 현지 소유권을 확대하고 또 자본금을 늘려 주기 위해, 노스다코타 주민들이 지역 은행들의 주식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 주식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노스다코타 지역에서 영업하던 전국 은행 램지 내셔널 뱅크(Ramsey National Bank & Trust)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이 은행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권을 획득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대출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원래 이 지역 출신 은행들뿐만 아니라 지역 밖에서 들어온 전국적인 규모의 상업은행들에 대한 지역 현지의 소유권이 강화될 수 있었다.
  지역의 은행들은 지금처럼 ‘지역공공은행’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되려, 기존 은행들에는 도움이 될 뿐이다. 모처럼의 좋은 정책적 문제의식이 이론과 실제와는 동떨어진 불필요한 기우로 인해 사장되어 버리는 일이 없길 빈다. 
  현 정권이 강조한 대로, 은행은 '공공재'가 맞다. 실질적으로 은행은 민간기업이 아니다. 은행은 보통의 민간기업과는 달리 국가(정부)의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안정적인 사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며, 또 망하면 정부가 구제도 해준다. 그래서 은행은 주식회사 형의 민간 소유 조직이지만 공적인 조직으로서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 맥락에서, 은행은 수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발휘해야 한다. 해서, 그 배경이나 진의는 잘 모르겠지만, 은행을 공공재로 인식하며 은행의 반공공적 행태를 싸잡아 비판한 현 정권의 문제의식은 분명히 옳다. 사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정권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적도 피력한 적도 없다.
  그러나 은행업계 내 '경쟁'을 강화하는 식으로 은행의 공공성 위기를 해소해보겠노라 하는 정책적인 접근 방식은 틀렸다. 은행 간 경쟁이 지금보다 강화된다고 해서, 은행의 공공성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되려, 은행은 수익 수준과 시장점유율을 '경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노골적인 비즈니스 성향을 보이게 된다. 즉 은행 간 경쟁 촉진 정책은 현 정권이 언급한 은행 공공성과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은행을 유도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현 정권 아래 금융당국이 은행의 경쟁 촉진을 위해 내놓은 '스몰 라이선스'나 '챌린저 뱅크' 구상 역시 틀렸다. '챌린저 뱅크'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주지하다시피 최근 파산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공공재로서의 은행', '은행의 공공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답은 두 가지다. 첫째, 은행에 대한 정부규제의 초점이 은행의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아니라 은행의 공공성 즉 지역 내 재투자, 관계금융, 금융약자에 대한 투융자, 사회적 책임경영, 고정금리 등과 같은 금리변동 리스크를 은행도 공동으로 부담하는 대응 등에 맞춰져야 한다. 둘째, 지자체가 100% 출자하여 시민이 그 투융자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지역공공은행'과 같이, 공공이, 즉 공공적인 주체가 은행업에 진출하여 민간 상업은행을 견제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 글에서 검토한 미국 노스다코타 사례를 보면, ‘지역공공은행’은 기본적으로 지역 금융시장에서 상업은행 및 신용조합과 경쟁을 하되, 조인트금융 등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은행들의 지역화(localization)를 유도하여 지역금융 전반의 공공성을 담보해낸다.
  정권 차원에서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전면 강조하고 이를 국민적으로 발신한 것은 크게 환영한다.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이런 문제의식은 부재했다. 은행에 대한 모처럼의 귀한 문제의식이 잘못된 정책 대응으로 희석되지 않길 바란다. 은행이 공공재라면, 은행개혁 역시 '시장' 뿐만 아니라 공공적인 주체, 공공적인 정책 영역을 통해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현 정권이 강조한 은행 공공성 담론은 금융당국과 그 언저리에 득실대는 시장주의자들의 망상들을 상대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실화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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