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그린뉴딜

한국판 뉴딜정책의 배경과 특징

  • 입력 2020.10.30 15:18      조회 478
  • 태그

  • #그린뉴딜
  • 공유하기

코로나19 경제충격과 회복전략
 
2020년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인류를 충격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전파는 과거 메르스나 사스 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었다. 우선 전 세계적 확산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20201월 초까지만 해도 중국 우한지역에 국한되었던 바이러스 감염은 불과 3개월도 안 되어 아시아 전역과 유럽은 물론 북미지역, 심지어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국제보건기구(WHO)312일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뜻에서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둘째로 손쓸 틈 없는 전염병의 급격한 확산은 시민들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중지라는 방법 말고는 다른 처방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심한 경우에 완전 외출자제를 의미하는 대봉쇄(Lock Down)가 각 국가와 도시들에서 강행되었고, 아니면 다양한 강도의 거리두기를 통해 의료자원 감당범위에서의 급격한 확산을 막는 도리밖에는 없었다.
 
세 번째로 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가 시민들의 활동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보건위기를 넘어서 그 이상의 심각한 경제충격으로 전이되었다. 재택근무 등으로 생산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는 등 공급 충격이 가시화되었다. 소비자들의 활동축소와 다중시설 폐쇄 등으로 소비충격은 더욱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또한 소득손실이 누적되면서 잠재적 금융충격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거의 모든 나라들의 경제성장기조가 마이너스로 빠지게 되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약 3억개의 일자리가 세계적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고 진단했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적어도 3%~-7%에 이르는 수준의 역성장을 할 것이 예상되었다. 한국도 일자리 증가가 곧바로 마이너스에 빠졌고, 경제성장률은 그나마 타국에 비해 선방한다고 했지만 마이너스에 빠질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보건위기와 경제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3~4월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코로나 이후의 경기회복을 어떤 방향과 정책수단으로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대체로 합의한 큰 원칙은 정부가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통해 조속히 사회안전망을 복구하고 공공수요를 창출하여 경기회복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소득손실로 구매력이 극도로 위축된 가계나, 여전한 전염병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 행위 등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선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수단을 통한 정부의 경기회복정책이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주목받게 된다.
 
한편, 정부의 회복정책은 통상적인 경제성장률 회복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 사회적 차원과 기후변화의 차원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 정부의 경기회복정책의 성격과 방향은 코로나19가 경제에 준 단기적 충격과 중장기적인 안전한 미래설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고려된다. 그 중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망은 가장 먼저 역점을 둔 대상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취약한 곳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소수인종, 여성, 빈민, 불완전 취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집중적으로 보건위기와 경제위기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코로나19등 인수공통감염 신종 전염병이 산림파괴와 기후 온난화 등 환경악화의 직 간접적인 결과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미래의 안전까지를 감안한 회복전략으로서 녹색회복(green recovery)’OECD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공식 기관들에서 나오는 모범답안처럼 되었다. 특히나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미래 발전전략으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이 정책화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녹색회복 전략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포스트 코로나 회복전략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림 코로나19이후 더 나은 회복을 위한 핵심요소(출처: OECD 2020)
 

한국판 뉴딜의 구성과 특징
 
한국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고 명명한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기회복정책을 입안한 배경이나 취지도 다르지 않다. 4.15 총선이 끝난 직후인 422, 대통령이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경기회복 프로그램으로서 한국판 뉴딜을 처음 언급한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429,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이 디지털경제 전환, 4차산업혁명 대비, 포스트-코로나 등과 연결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이때부터 한국판 뉴딜은 이른바 비대면 원격의료, 교육등을 상징으로 하는 디지털 뉴딜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5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금 크게 보는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4개 부처에 그린뉴딜을 위한 기획안을 서면보고하라고 요청하면서 그린뉴딜이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안전망 영역이 추가되는데 이는 2019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전환적 뉴딜이라는 이름아래 제안했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휴먼 뉴딜부분이 사회 안전망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이미 화두를 꺼낸 전국민고용보험의 단계적 실시가 이 영역을 채워준다. 이렇게 급박한 속도로 구성되어간 기획안의 최종 버전이, 714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형식을 빌어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대전환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으로 발표된다. 3개월이 조금 안 되는 기간 사이에 2025년까지 국비만 114조원이 투입되는 종합국가 프로젝트가 확정된 것이다.
 
그림 한국판 뉴딜의 전체 구조(출처: 정부발표자료)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을 강조하면서,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중심으로 설정한 점이다. 디지털 뉴딜은 국비 기준으로 보면 44.8조원, 일자리도 약 90만개로서, 그린뉴딜보다 규모나 비중 면에서 훨씬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이는 우리정부가 이전부터 4차산업혁명과 D.N.A(Data, Network, AI)등을 강조해왔던 맥락의 확장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 산업구조상 ICT분야의 강점을 경기회복에서도 살려나가자는 취지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디지털 분야는 이미 민간 경제주체들이 이미 충분히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스스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공공이 개입해서 더 활성화시킬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과,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등 이 분야의 일자리가 소수를 제외하고는 열악한 일자리라는 점 등을 들어 디지털 뉴딜이 너무 과대하게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한편 디지털 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큰 축을 구성하고 있는 그린뉴딜을 살펴보자. 앞서 잠시 확인한 것처럼, 이번 코로나19전염병이 직간접적으로 환경악화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상으로 미래 인류를 위협할 핵심요소로 기후위기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회복을 녹색회복으로 하자는 것은 매우 광범위한 공감대가 이미 존재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그린뉴딜정책이 민주당 선거공약으로 구체화되어 왔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유럽 그린딜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이미 2019년 말 발표했고, 실행계획도 속속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판 뉴딜에서 그린뉴딜이 주요 영역에 배치된 것은 이런 국내외적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버전의 그린뉴딜이 과감한 정책비전으로 평가되기에는 미흡한 대목이 있다. 예산도 73.4조로서 최대라고 하지만, 사실 국비 기준으로 보면 42.7조로 연간 10조도 되지 않는다. 주요 역점분야로 도시,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을 잡고 있지만, 공공부문으로 지극히 제한된 그린 리모델링정도를 추가한 것 외에는 대부분 기존 사업의 연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외의 그린뉴딜 정책들이 명시적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절반 감축을 내걸고 전기생산에서의 재생에너지 비중 100% 목표를 잡고 있다든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판매 금지나 도시 진입금지와 같은 획기적으로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세 번째 요소인 사회 안전망 구축은 전국민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장과 일종의 휴면뉴딜성격의 인적자원투자 등이 있다. 특히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영세자영업 등 광범한 불안정 노동계층과 소득계층의 소득 안전망이 매우 부실했음이 코로나19로 인해 확인되어서 새롭게 사회안전망 강화를 해야 할 요구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 다만 전국민고용보험으로의 확대가 2025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되도록 기획된 점은 현재의 시급한 고용불안과 소득불안정 상황과 견주어 너무 느린게 아닌가 하는 평가도 가능하다.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 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국가적으로 100조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자되는 5년 국가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늘어난 비대면 상황에 대처하는 디지털 뉴딜, 기후위기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그린뉴딜, 그리고 경제충격 가운데에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사회안전망과 소득안전망을 대대적으로 보강하자는 정책의지가 담겨져 있다.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공공재원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배분하는가는 이후 불평등 해소와 사회통합적인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국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공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자본과 각 계층의 이해관계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원을 더 많이 가진 계층의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고, 총체적인 난국을 극복하고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사회구성원 사이에 일종의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뉴딜(New Deal)’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긴급한 상황에서 제안되고 기획되다 보니, 한국판 뉴딜이 충분한 사회적 공론장 형성이나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쳤다고 보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21대 정기국회과정에서 좀 더 충분히 각 분야별로 점검이 필요할 것이고, 사회적으로 추가적인 토론과 수정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기고한 글입니다.
 
 
  • #그린뉴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