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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치

#1. 20대 대선의 퇴행과 그 원인

: 불평등 심화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
  • 입력 2022.06.14 14:23      조회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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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대 대선의 퇴행과 그 원인-장상환.pdf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농지문제와 한국 현대자본주의를 연구해왔다. 세계화, 기후위기, 농업기술 변동에 따른 농업의 자본주의화와 농민운동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세계화와 농업문제의 전환”(2012) 등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불평등 심화가 사회의 재생산과 계층, 세대, 성별 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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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주지하다시피 20대 대통령선거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초박빙 승리로 끝났다. 투표율은 77.1%였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8.56% 득표로 47.83%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 포인트 앞서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의당 지지자 중 일부가 윤석열 후보 당선 저지를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는 등의 요인으로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2.37%로 아주 저조했다. 
  선거전은 네거티브 공격, 갈라치기, 후보 단일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폭리 책임(론) 등으로 민주당 지지표도 다 얻지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55% 정도나 되었지만, 검찰공화국 조성 우려 등으로 윤석열 후보는 이것을 다 흡수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고 선거 후 합당을 약속했고, 재보궐 선거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은 문재인 정부 5년의 부동산정책 실패,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불공정 논란 등이다. 집값 폭등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결정적으로 20대의 민주당 이탈을 초래했다. 민주당 비주류로 의회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등 민주당 주류를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었고, 몇 개의 기본시리즈를 복지정책으로 내놓았지만 갈수록 후퇴했고, 대장동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패배했다. 
  윤석열 후보는 의회정치 경험이 없는 아웃사이더였지만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에 강하게 맞선 데 힘입어 정권교체론에 편승해 당선되었다. ‘여성가족부 해체’라는 반페미니즘 정책은 20대 남성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반작용으로 20~30대 여성의 이재명 지지를 유발하여 역풍을 맞기도 했다. 자유와 시장경제, 감세, 반노동자적 태도, 법치주의 강조 등을 앞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호감 후보 간의 도덕성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격이 두드러졌던 이번 대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대중을 소외시키는 정치, 선거제도는 불평등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는데 장애가 된다. 정치제도를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국회와 지방의회 선거제도를 지역구 중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대선 평가는 대체로 부동산가격 폭등을 비롯하여 조국 장관 임명의 내로남불 행태, 정쟁화로 검찰개혁 추진 등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실망이 정권교체를 가져왔다고 본다. 박상인은 21대 대선이 “현직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정권교체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한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선거였고, 남녀와 세대 갈라치기와 이에 대한 역풍이 불었으며, 특정 집단에 영합하는 구체적 공약으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타개를 위한, 사정과 정계개편 시도가 예상되고 ‘윤로남불’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2년 후 총선까지 극심한 정치적 대결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박상인, 2022).
  서복경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대해 민주당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고 미래를 설득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다”라고 평가했다. “사회대전환에 대해 시민을 설득하기에 앞서, ‘반성, 또 반성’, ‘사죄, 또 사죄’… 캠페인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정작 중요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웠다”라는 것이다. 또 “선거캠페인 기간에 후보도, 캠프도 진화하고 있었지만 급격한 사회변동에 노출되어 불안한 유권자들은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라고 했다(서복경, 2022).
  노중기는 윤석열 당선자는 ‘강성노조’를 비판하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친재벌 행보를 보이고 있고, 노동공약은 노동유연화+법치주의의 신자유주의 확대 기조로서, 성격은 자본가계급의 헤게모니가 강하게 관철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촛불의 요구를 해체하고 ‘신자유주의 대동맹으로 회귀, 유지, 온존시킨 ‘촛불배신정권’으로 비판했다. ‘노동 존중’ 노동정책은 대부분 포기, 왜곡, 불이행하여 기존 노동체제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권-국힘 체제는 민주당보다 반민주적인 정권으로서 종속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모순이 온존함으로써 세대, 성, 고용 형태 등을 매개로 한 불평등과 사회적 균열, 정치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노중기, 2022). 
  강원택은 동아시아연구원의 대선 패널조사(주 : 동아시아연구원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2022 제20대 대통령 선거 패널 조사’(1차 1월 12~15일, 2차 3월 10~15일).) 결과를 토대로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였고, 그다음으로 영향을 미친 도덕성 이슈는 이재명 후보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선거는 주요 후보자들의 향후 국정 운영과 같은 전망적 기대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회고적 평가와 부정적 정책 유산 교정에 대한 기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강원택, 2022). 
  허진재는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대 젊은 유권자의 상당수가 집값 상승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리면서 불과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주택 보유율이 낮은 30대 이하가 느끼는 아파트값 상승의 심각성은 40대 이상보다 크고,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30대 이하 진보진영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허진재, 2022). 


2. 20대 대선의 특징 : 20·30대 남녀의 다른 선택, 정치적 양극화 

  첫째, 대선 기간 내내 정권교체 여론이 50%대 중반을 유지했음에도 불과 24만 7077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소 득표 차다. 최대 부동층이던 20대 여성들이 윤석열 당선자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에 반발하며 막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근소한 득표 차는 윤 당선인 반대 민심이 강하다는 의미로 윤 당선인은 국정 운영에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젠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20~30 남성은 ‘민주당 심판’, 20대 여성은 ‘여성 혐오 정치 심판’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18~29세 남성  58.7%가 윤석열 후보에게, 36.3%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58.0%가 이재명 후보에게, 33.8%는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역풍을 맞은 것이다. 20대 여성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6.9% 지지를 했고, 30대 여성의 심상정 후보 지지율은 5.5%였다. 30대도 정도는 덜하지만 같은 경향으로 30대 남성은 52.8%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42.6%는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30대 여성은 49.7%가 이재명 후보에게, 43.8%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셋째, 20~30대에서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집권 초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20대 득표율은 이 후보 47.8%, 윤 후보 45.5%였다. 30대에선 이 후보 46.3%, 윤 후보 48.1%였다. 20·30세대 절반 가까이가 윤 당선자를 지지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셋째 주(16~18일) 여론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89%, 90%였다. 하지만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당에 등을 돌렸다.
  특히 20대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20대 남성들이 지지를 철회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약속과 기대가 배반당한 점이 가장 컸다. SNS를 통해 팬덤을 형성한 공격적 페미니스트들의 극단적 성향에 대한 반발도 있다. 20대 남성들은 '차별받는다'는 집단적 정서를 가지게 되었다. 20대 남성은 2018년 12월에 이미 문 전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하여 29%대의 낮은 지지를 보냈다. 반면,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63.5%로 높았다. 그 무렵부터 언론은  '이대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7일 보궐선거에서는 이대남을 포함한 20대 이하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하였다. 반면, 또래 여성은 44%가 박영선 후보를, 40.9%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이 시기에 이대남에 대응하는 '이대녀'가 언론에 등장하였다. 
  넷째, 선거일 막판까지 양 진영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지속되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대장동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자, 민주당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꺼내며 '윤석열 게이트'라고 역공했다. '배우자 리스크'도 한몫했다.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 허위이력, 무속 의혹 등이 꼬리를 물었고,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도 막판에 불법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결과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갤럽의 ‘대선 후보 비호감도’ 마지막 조사(2월 8~10일)에서 윤 후보는 62%, 이 후보는 61%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각각 34%)의 2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갤럽이 3월 10일 대선 투표자 1천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윤 당선인에게 투표한 사람 중 39%는 '정권교체'를 투표 이유로 꼽았다. 이어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 '신뢰감'(15%), '공정·정의'(13%), '국민의힘 지지·정치 성향 일치'(7%) 순이었다. 조사는 유권자에게 투표 이유를 2개까지 자유 응답하게 했다. 윤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경험부족’(1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로는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26%), 경험·경력(20%), 능력(18%) 차례였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신뢰성 부족/거짓말’(19%)과 ‘도덕성 부족’(11%)을 이유로 들었다. 
  다섯째,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가 드러났다. 지지자들은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극단적인 의견 대립을 보였다. 타협과 조정 대신 극단적인 대립과 적대로 치닫는 ‘정치 양극화’는 단순다수제의 승자독식 구조에선 피할 수 없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 선출방법만 체육관 간접선거에서 직선제로 바뀌었을 뿐 대통령의 권한은 유신체제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여당의 지도자로서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좌우하여 국회를 지배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인사권을 행사하고 감사원조차 대통령 직속이다. 대통령은 2000여 명에 달하는 주요공직 인사권을 가진다. 법률거부권에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없는 법률안 제출권도 있다.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3.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 : 불평등(사회적 양극화) 심화 해소 실패

  촛불로 집권하고 직전의 총선에서 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최초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허용하며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다. 민주당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은 현재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인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 불평등 심화 
  소득 불평등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악화되었고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개선되었다. 소득 불평등을 재는 지니계수는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 기준으로 문 대통령 취임 이전 2016년 0.402에서 2020년 0.405로 상승했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6년 0.355에서 2020년 0.331로 하락했다. 소득5분위배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6년 10.88에서 2020년 11.37로 상승했고,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6.98에서 5.85로 하락했다.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2016년 19.8%에서 2020년 21.3%로 상승했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17.6%에서 15.3%로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불평등 개선은 조세 징수와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근로장려금(EITC) 확대, 기초연금 인상, 고교 무상교육, 아동수당 도입 등 사회안전망 지출 확대의 결과이다. 2020년 1분위 가구소득 중 42.8%가 정부 지원(공적이전소득)에서 나왔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소득자료를 포괄하는 국세통계로 추계한 통합소득 지니계수는 2009년 0.538에서 2019년 0.506으로 개선되었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시장소득 지니계수(2019년 0.404)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앞으로 공식적인 소득분배 지표는 국세 과세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심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하락하다가 2017년(0.584)부터 2018년 0.588, 2019년 0.597, 2020년 0.602로 상승하고 있다. 부유층이 더 많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의 영향일 것이다. 신한은행이 2021년 4월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전국 성인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상위 20%의 평균 보유자산은 2018년 11억 원에서 2020년 12억여 원으로 9.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는 2838만 원에서 2715만 원으로 4.3% 줄었다. 상·하위 20% 사이 자산 격차도 38.6배에서 44.3배로 커졌다. 자산 격차 확대의 주범은 부동산으로 상·하위 20%의 부동산 소유 격차는 2018년 125.4배에서 164.3배로 확대되었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지난 12월에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의 자산 점유율은 2001년 23.2%에서 2021년 25.4%로 높아졌고, 상위 10% 점유율은 56.5%에서 58.5%로 올라간 반면, 하위 50% 점유율은 6.0%에서 5.6%로 내려갔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고안한 ‘피케티 지수(한 나라의 자산이 국민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는가를 보여줌-편집자 주)’는 높은 수준에다 최근 상승했다. 피케티 지수는 2010년 7.6에서 2017년 7.9, 2018년 8.1, 2019년 8.6으로 커졌다. 2020년 기준으로 독일(4.4), 미국(4.8)은 물론이고 프랑스(5.9), 영국(6.0), 일본(6.1), 스페인(6.6)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젊은 세대는 불평등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장벽사회, 청년 불평등의 특징과 과제’는 청년층의 자산 불평등 인식을 잘 보여준다. 20~39살 청년 1천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영역으로 ‘자산 불평등’(36.8%)이 꼽혔고, 소득 불평등(33.8%), 주거 불평등(16.0%), 고용 불평등(5.6%)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87.2%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고, 86.9%는 향후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김승연·최광은·박민진, 2022).

  <그림-1> 한국 사회 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결과

 
  세계화 속에서 외국자본과 재벌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대자본의 중소자본 지배가 심화한 것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맞설 노동자의 사회적 역량은 노동조합 조직률의 하락 등으로 약화되었다. 진보정당은 미약한 가운데 주요 여야당 모두 보수정당이라는 정치적 구도 때문에 시장에서 발휘되는 자본의 힘을 억제하고 노동자계급과 서민의 생활을 보호할 수 없게 되었다. 
  심화되는 양극화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노동조합의 힘이나 정부의 노력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거나 재분배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포기했다. 대신 각자도생,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대학진학률의 급격한 상승과 사교육비의 과중한 지출로 나타난다. 자녀가 취학연령일 때는 가구소득의 20% 이상의 과도한 사교육비에 짓눌린다. 
  국민들은 실업, 질병, 노령 등 종전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맞벌이가 보편적인데 여성들은 육아 등 가사와 직장의 병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결혼 연령 상승 및 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 등으로 합계출산율이 2016년 1.17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까지 내려갔다. 국민들은 불안 탓에 소득의 12%를 보험료로 내고 있다. 2020년 1인당 생명보험료 2050달러, 손해보험료 1691달러를 썼다. 총 3741달러로, 세계 평균 809달러의 약 4.6배에 달한다. 또 대부분의 국민들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 등 재테크와 이를 부추기는 개발주의에 매달린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세와 월세 상승으로 주거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불평등 심화 결과, 갈등이 커졌다. 2021년 10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선진 17개 국가에서 지지 정당 차이에 따라 사회 갈등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한국은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0%에 달했다.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미국(90%)과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韓, 정치갈등 美와 공동 1위 불명예", 파이낸셜뉴스, 2021. 10. 16)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한국리서치의 “2021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 발표”(2022. 1. 21)에 따르면 대다수인 88.7%는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한 정도는 ‘진보세력과 보수세력’(83.2%) > ‘못사는 사람과 잘사는 사람’(78.5%) > ‘경영자와 노동자’(77.1%) >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75.6%) >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64.0%)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뉴스1이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Tapacross)에 의뢰해 언론 기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2018년 이후 갈등 관련 언급량 데이터를 추출, 분석하고 이를 지수화해본 결과 2022년 1분기 한국 사회 종합갈등 지수는 누적기준 197.2로 2018년(100)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높아졌다(“[NFF 2022] 사회갈등지수 4년 새 2배로 폭등…'갈등공화국' 됐다”, 뉴스1, 2022. 5. 25).
  2021년 6월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모두 7개 항목에서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위를 차지했다. 해당 항목은 이념, 빈부, 성별, 학력, 지지정당, 나이, 종교였다. 계층과 도시-농촌 간 항목에서도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91%로 전 세계 평균 74%를 크게 웃돈다. 성별과 나이 갈등이 심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28개국 평균은 40%대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둘 다 80%에 달해 2배 가까이 높았다(Bobby Duffy, Gideon Skinner, 2021).

  2) 문재인 정부 5년 정책 실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규직화,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는 정책은 미흡했고, 집값 폭등 등으로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으며, 조국 사태 등으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도 의심받았다. 역점을 두었던 검찰개혁 등은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로 끝났다. 

    가. 자회사 중심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 방치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370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직원은 2017년 말 13만4623명에서 2021년 말 5만6964명으로 7만7659명(57.7%) 감소했다. 일반정규직·무기계약직을 합한 정규직 직원은 2017년 말 32만2934명에서 지난해 말 41만4524명으로 9만1590명(28.4%) 늘었다. 
  그러나 상당수 공공기관은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는 5년간 8259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정규직은 2017년 말 2만1615명에서 지난해 말 2만3334명으로 1719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같은 기간 정규직 직원이 1265명에서 1814명으로 549명 늘어 5년간 정규직 전환 실적(7894명)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 인원은 지난해 말 9071명에 이르렀고, 한국전력공사도 7013명이 되었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마사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과정에서 노사갈등, 노노갈등에 더해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 등 논란도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채용 절차상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가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임금 차별 시정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 미흡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씩 인상했다.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위한 다소 급격한 인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반발에 따라 2020년에는 2.9%, 2021년 1.5%로 대폭 후퇴했다가 2022년 5% 인상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부채를 늘려 ‘문재인 케어’, 코로나 지원금, 한국판 뉴딜 등을 위한 재정지출을 늘렸다. 복지 확대와 혁신 지원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증세는 별로 추진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7년 36%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47%로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다른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훨씬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을 편 데 비해 한국은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여타 선진국들보다는 여전히 현저히 낮았다. 그런데도 보수정당과 언론은 집요하게 ‘위기론’을 선동하며 확장재정정책을 비판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었다.
 재벌대기업 경제력 남용 규제 등 경제민주화, 민간부문 비정규직 해소와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초기업교섭과 단체교섭 효력 적용범위 확대 등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다른 정책들은 별로 추진하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이다. 

    다. 집값 폭등시킨 부동산정책 실패 
  주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조는 ‘빚내서 집에 투자하라’다. 다주택자들이 많이 하는 갭투자도 전세자금 반환의무가 있으니 빚내서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이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부동산 금융에 대한 핀셋 규제, 뒷북 규제에 그쳐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수요 억제 정책 위주로 스무 번 넘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집값이 오른 유주택자도, 집이 없는 무주택자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집값 상승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은 역대급이었다.
  부동산정책 수단으로는 주택 공급, 금융규제, 부동산 세제 등이 있는데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금융규제를 이용했다. 2017년 6월 17일 부동산정책 발표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60%로 낮추었고, 8·2대책에서는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LTV를 40%로 낮추었다. 2017년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 종부세, 양도소득세를 감면 또는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했고,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2017년 말 98만 호에서 2018년 말 136만 호로 급증했다. 
  투기적 수요의 영향으로 2018년부터 수도권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정부는  2018년 9·13 대책과 2019년 12·16 대책에서 종부세를 개편했다. 다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과세하는 내용이다. 2020년 7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조치도 도입했다. 주택 소유를 억제해도 ‘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국토부는 2020년 11월 3일 ‘공시가격’을 장기적으로 시세의 90%로 현실화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집값 폭등도 겹쳐 공시가격 인상률은 2020년 5.98%에서 2021년 19.05%로 올랐고 주택소유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공시가격 9억 원부터 과세하던 종부세의 기준을 11억 원으로 상향했다. 대선에서 거대 양당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내용의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저금리에다 부적절한 불충분한 세제, 금융규제로 주택가격은 급등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아파트값은 평당(3.3㎡) 2,061만 원이었다. 2021년 11월 현재로는 2,248만 원(109%)이 올라 4,309만 원이 됐다. 6.2억 원 하던 30평형 아파트가 6.7억이 올라 12.9억 원이 된 것이다(75개 단지 11만 5천 세대 아파트, KB 시세 정보 기준)(경실련, 2021). 

  <그림-2> 서울 아파트 평(3.3㎡) 당 시세


  집값 폭등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62조 원으로 2013년 말 1019조 원에서 843조 원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10.4%다.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6.1%로 미국(79.2%) 일본(63.9%) 프랑스(65.8%)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73.4%로서 전년보다 4.3%p나 올랐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정부는 2021년 5월과 11월에 대출자의 전체 부채와 소득을 파악해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즉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전체 대출에 적용하여. 2022년 1월부터 대출액 2억 초과 차주도 DSR 40%. 22년 7월부터는 1억 원 이상 차주도 DSR 40%를 적용토록 했고. 2022년 1월부터는 제2금융권에서도 DSR 기준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라. 일방적 개헌 추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과 부실 검찰개혁
  문재인 정부는 야당과 합의하지 않은 채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의결에 실패했다. 2018년 2월 1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의결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국회 처리시한 마감일인 5월 24일 야당의 전면 불참으로 민주 112명 등 114명만 참여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했고 국회의장은 투표 불가를 선언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정족수를 못 채워 처리되지 않은 건 헌정 첫 사례다.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하여 여당이 야당과 합의안을 만들어 발의하도록 하거나, 대통령이 발의하더라도 야당과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자녀 입시에서 가족이 불법적 방법으로 스펙을 만든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검찰의 수사 개시에도 불구하고 9월 9일 임명을 강행했다.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내로남불' 비판이 젊은 층 사이에서 퍼졌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는데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누더기 제도였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면서 21대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의석수 30석에 대한 연동률 50% 캡(상한선)을 설정하고, 17석은 병립형 배분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위성정당을 저지하기는커녕 자신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대응함으로써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 돌아갈 의석을 뺏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지지층의 이탈을 부추겨 ‘소탐대실’로 대선 패배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제1의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중도반단이고,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검찰 공화국을 우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검찰의 조국 수사라는 갈등 속에서 추진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2019년 4월 29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고, 2020년 1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부패·경제·선거 범죄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2021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나아가서 국회는 2022년 4월 30일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기존 6개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2개로 축소하고, 자신이 수사한 범죄는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또 5월 3일에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검사는 동일 범죄사실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며, 별개 사건의 부당 수사를 명백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검찰개혁의 정치적 명분이 퇴색됐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의 지적처럼 문재인 정부는 ‘적폐수사’의 수단으로서 또 다른 ‘적폐’로 지적된 특수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다(참여연대 보도자료, 2022.5.30). 문 대통령은 ‘특수통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갈등 중이던 2019년 6월 검찰총장에 지명했으며 조국 수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항명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싸운 윤석열을 야당 대통령 후보로 밀어 올리는 아이러니를 초래했다. 한상희 교수는 "조국 수사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거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의제가 정쟁의 대상으로 오도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추가 이전하겠다”라고 밝혔다. 대상 기관의 규모는 당시 국토교통부에선 350여 개,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500여 개로 추산했다. 청와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2019년 5월 민주당의 윤호중 당시 사무총장은 2020년 총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역시 반응이 없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졍책을 폈다. 수도권 집값 폭등 대책으로 2018년 12월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2월 수도권 공장 총량까지 풀어가면서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반도체 복합단지 경기도 용인 건립을 허용해주었다. 이러한 결과 2017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50%를 넘었고,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도 50%를 돌파했다.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서울아파트값은 2배 이상 폭등했다(김규원, “시도조차 안 한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한겨레신문, 2022. 5. 9). 
  문재인 정부 실패는 20~30대의 민주당 이탈과 함께 40대 지지율 약화를 불러왔다. 이번 대선에서 40대 투표율이 2017년 대선보다 4.5%포인트나 하락한 70.4%(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에 그쳤다. 전체 연령 평균 투표율 77.1%를 감안하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대선 정국 내내 과반을 넘나들었던 '정권심판' 여론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당선에 핵심 역할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환적 공정 성장’을 내걸고,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종합 국력 세계 5강 달성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노동 분야 공약으로는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시적 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주 4.5일제의 단계적 실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고용·노동정책 수립 시 노·사의 실질적 참여 보장 등을 공약했다. 복지 분야는 임기 내 모든 국민에게 보편 기본소득 연 100만 원을 지급. 청년층을 위해 부분 기본소득 연 100만 원, 낮은 이자율의 기본대출 최대 1천만 원, 기본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정책으로 민간보유 전체 토지에 토지보유세를 부과하고 이와 연계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성장을 앞세우면서 분배와 노동권 보호는 가능한 대로 개선하겠다는 절충적 입장으로 문재인 정부에 돌아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에는 부족했다. 


4. 전망과 과제

  1) 윤석열 정부와 불평등 악화 전망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공약은 민간 중심의 성장을 앞세운다. 정부 투자보다 감세, 규제 혁신,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결정, 임금체계를 유연화하며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노조 고용 세습과 편법적 친인척 고용승계 차단, 강성노조의 불법행위 엄단 등도 주장했다. 복지문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기인 낙수효과를 기대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도 과실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도 경제성장 시절에나 통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는 맞지 않는다. 감세를 공약하니 복지지출 확대도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반노동적인 자세를 보여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반노동자, 반노동조합 등 기득권 질서를 옹호하는 법치주의를 앞세워 정치가 약화, 실종될 수 있다. 대선 결과 거대 양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심화하여 차기 정부가 국정을 잘할 것이라는 여론은 50% 내외에 불과하다. 

  2)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개혁 : 제왕적 대통령제, 소선구제를 의원내각제, 비례대표제로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는 35년 전에는 독재체제의 민주화였지만 지금은 불평등 문제 해결과 국내외 거대 자본의 힘 억제다. 전관예우 철폐 등 공정 사회 실현, 학벌사회 해체를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임금격차 축소, 보유세 강화와 공공주택 공급과 임차인 보호 강화 등이 주요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어 협치와 통합이 새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협치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협치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치구조와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하면서 여야 간 극한적 정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가 불평등 개선에 효과적이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실정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가 내려가도 임기가 보장되므로 다수 국민의 요구에 둔감하게 된다. 반면 의원내각제하에서는 의회 내 다수 확보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분배 기능이 높은 지출을 확대하여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우가르트와 베라르디(2005)에 의하면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하에서 하위 10% 소득대비 상위 10% 소득비율인 10분위배율은 3배나 높았고, 빈곤율은 11.65포인트, 지니계수는 2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달성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 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다. 프랑스는 의회 다수당이 총리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의 헌법상 경계가 모호하여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오스트리아 이원집정부제는 사실상 의원내각제이다. 우리도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유리하고 다당체제에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선진국형 정치체제인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보다 비례대표제가 불평등 개선에 유리하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후보가 좁은 지역 주민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서 지역의 공공사업에 대한 지출을 늘려줄 것을 약속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지출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다. 반면 전국 또는 광역선거구 비례대표제에서는 다양한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출을 늘릴 것을 약속해야 하고 이것은 분배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온티베로스와 베라르디의 연구에 의하면 28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4개년간 소득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선거구 규모를 2배로 확대하면 지니계수가 4포인트 내려가며, 10분위배율은 0.5단위 하락하며, 중위소득 40% 이하의 빈곤층 비율을 1.07 단위 낮춘다(Ontiveros, Darwin Urgarte; Verardi, Vincenzo, 2005). 무라프스키가 42개 민주주의 국가의 1984~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차이로 계산하는 불비례지수가 한 단위 증가하면 지니계수가 0.003 증가한다(Michael Murawski, 2015).
  독일,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의석을 가진 정당들이 연정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제에다 의회 의원도 지역구에서 1위 대표제로 뽑고 비례대표제가 없는데 불평등이 아주 높다. 뉴질랜드는 1992년, 1993년 두 번의 국민투표로 의원 선거제도를 현재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하였다. 선거제도 개혁 이후 의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어지면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이념 및 정책을 중심으로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소수정당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 지지유권자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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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2022.4.4., “대선으로 한계 드러난 대통령제,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단디뉴스. 
정한울, 2022.3.28., “이탈 민주의 선택: 왜 180석 거대 여당은 2년 만에 심판 받았나?”, [EAI 대선 패널 조사] ② 동아시아연구원.
참여연대 보도자료, 2022.5.30., “문재인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공화국」 발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2022.5.30., ????문재인 정부 5년 검찰 보고서 종합판 - 표류하는 검찰개혁 다가오는 검찰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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