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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보다정의

8-7. 노동자의 기업 소유, 그 의미와 현황

  • 입력 2023.06.16 16:25      조회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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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_노동자의_기업_소유,_그_의미와_현황_이동한.pdf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노사관계의 변동, 협력의 진화 메커니즘을 다루는 진화게임이론, 노동자의 권한 강화와 기업 소유에 관한 대안적 기업지배 모델에 관심을 두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1. 들어가며

  미국에서 가장 큰 식료품점은 시장의 약 4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월마트다. 1970년 창립자 샘 월튼은 월마트를 상장하면서 엄청난 가치의 주식 지분을 보유했고, 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 후손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회사는 오랫동안 평판이 좋지 않았다. 임금은 경쟁사보다 뒤처지고, 복리후생도 빈약했고, 이직률도 높았다. 월마트가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반면 다른 길을 택한 유사한 업종인, 퍼블릭스 슈퍼마켓 체인(Publix Super Markets)은 미국의 경제지 <포춘>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2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뿐 아니라 ‘소매업 최고의 직장’, ‘여성을 위한 최고 직장’,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최고 직장’ 목록에도 퍼블릭스의 이름이 올려지고 있다. 2016년 <포춘>의 한 기자는 일주일 동안 퍼블릭스 슈퍼마켓에서 일했다. 이 잡지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매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비결을 알고 싶었다. 기자가 발견한 비결은 다른 무엇도 아닌 행복해하는 종업원들이었다. 자발적 이직률은 5%로 동종업계 이직률 65%보다 훨씬 낮으며, 단 한 번의 해고도 없었다(Harrison et.al, 2018). 

  퍼블릭스가 선택한 ‘다른 길’은 바로 창립자인 조지 젠킨스가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자식에게 상속하는 게 아니라 ‘회사 종업원들에게 매각’하는 일이었다. 현재 퍼블릭스는 캐시어나 짐을 옮기는 노동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24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총 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1,000시간 이상 근무한 모든 노동자에게는 직책과 상관없이 그동안의 총급여의 8.5%를 퍼블릭스 주식으로 추가로 받는다. 소유주로서 지내는 기간만큼 퍼블릭스의 종업원은 꽤 큰돈을 모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일반적인 주식회사와 뭔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직원과 고객의 건강을 증진하는 기업 활동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공급업체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환경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점포에서의 포장지·폐기물에 대한 재사용·감량·재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속가능을 위한 실천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공동체로 확장된다. 판매할 수 없지만, 섭취 가능한 식품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설립한 것도 바로 거기에 연유한다.

  직장생활의 높은 만족도, 동종 기업보다 높은 근로·퇴직 소득,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성(CSR) 원칙을 실현하고 있는 이 회사의 모습을 그저 독특한 사례로만 간주할 수 있을까? 

  노동자 소유기업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지배구조 상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는 월마트보다는 퍼블릭스로 전환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노동자의 기업 인수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법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기업을 인수하는 노동자나 매각하는 기존 소유주 모두에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고, 노동자의 우선인수권을 보장하고, 인수자금을 위한 대출과 각종 정보 제공 등을 지원하기 위한 센터를 모든 주에 설립하는 것 등이다. 

  노동자의 기업 인수를 지원하는 이 제도들은 퇴직을 앞둔 수많은 베이비부머 사장들에게 기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바람직한 매각 방식으로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여권과 야권 모두 상속·증여세를 완화함으로써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한 법 개정에 동의했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는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자 기업 소유의 의의 및 그 실현 가능성에 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부족한 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글은 이런 상황에 변화를 가하기 위해 노동자의 기업 소유가 갖는 의미, 노동자 소유기업의 사례 및 현황, 노동자 소유기업으로의 전환 방식, 최근 노동자소유기업 확대를 위한 미국과 영국의 지원 정책 및 최근 법안들을 소개한다. 



2. 소유의 중요성 - 노동자소유기업의 의미

  노동권 강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 노동자이사제를 위한 상법 개정, 재분배를 위한 누진적 조세체계 도입을 위해 그동안 많은 실천적 노력과 숭고한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화되는 분열된 정치 구조 속에서, 또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기업의 막강한 권력 하에서, 이러한 규제와 개혁 법안을 둘러싼 대립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도록 투자자가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ESG 운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이에 부응해 주요 대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ESG 참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책임성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팬데믹 기간 동안 일자리, 노동권, 작업장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어 이들 기업은 다른 기업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인종 및 성 평등을 추구하는 데서도 차별화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현대 기업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기업에서 상품과 가치를 생산하는 대다수인 노동자들은 생산의 규모, 노동 시간, 생산의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현대적 기업은 ‘노동행위에 대한 지배권’과 ‘성과 분배의 결정권’을 기업 소유주에게 위임하는 계약(전통적 고용계약이나 긱 노동 계약)으로 이뤄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렇게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노동에 대한 지배는 무한한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이어진다. 일하는 다수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공익적 목적은 기업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소수를 위한 이윤추구 그 자체만이 남는다.

  마르크스는 기업에서 행해지는 타인의 노동에 대한 지배는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노동자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로 암시하는 자유롭게 연합된 생산자들의 사회에서, 생산자들은 공동소유의 생산수단으로 일하며 또 자기들의 각종의 개인적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서 의식적으로 지출하게 된다고 한다(마르크스, 자본론 I).

  199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즈 코우즈는 다르게 접근한다. 그는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아 시장 거래에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장기적인 고용계약으로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기계약은 계약 체결 이후 사후적인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미리 계약에 반영할 수 없는 불완전한 본성을 갖는다. 코우즈는 사전적 계약에 담지 못한 사후의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재량권은 자본의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말한다(Coase, 1937).

  201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 역시 불완전 계약 하에서의 권력 문제와 소유 문제를 언급한다. 사후적 결정에 대한 재량권이 소유주에게 가는 것은 그가 비인적 자산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이 자산으로부터 노동자를 배제시킬 권한도 함께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Hart, 1995).

  신고전파 기업이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기업이론은 그 관점의 진보성과 상관없이 권력과 소유 문제를 언급한다. 기업이 왜 민주적일 수 없는지, 생산과정에서의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이 왜 타인에게 양도되어야 하는지, 생산의 목적이 통제될 수 없는 이윤추구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은 모두 기업의 소유 문제로 귀결된다. 심각한 정치적 위기와 불평등, 생태적 재앙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우리 경제의 소유, 통제, 분배에 관한 문제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소유지배구조는 매우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2023년 현재 76개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했을 때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평균 3.7%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렇게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50%에 이르는 계열사 지분율을 통해 수십 개의 기업을 마치 개인이 소유한 기업처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 소유 구조를 형성한 결과는 경제적 부와 권력의 집중으로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의 편법과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 재벌들은 비정규직 확대와 해고 같은 노동탄압, 일감 몰아주기나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를 통해 부를 증가시켰다. 상호·순환출자라는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수많은 계열사를 흡수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했고 이제는 지주회사 체계를 통해 2세, 3세로 세습을 고착시키고 있다. 지주회사 체계는 작은 지분으로 다수 기업의 지배권을 독점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상호·순환출자와 다를 바 없지만, 바람직한 지배구조인양 인식되고 있다.

  기업 내 권력 독점을 해소하고 민주적으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노동법 측면에서는 노동조합 확대·강화, 상법 측면에서는 노동이사제나 공동결정제도 등이 논의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소수에게 집중된 기업 권력을 분산하고 다수의 이익을 기업이 실현하도록 이른바 ‘책임 있는 자본주의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는 대기업의 이사회가 노동자, 고객, 주주, 회사가 운영되는 지역사회를 포함한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겠다는 서명을 해야 연방 정부가 인가를 허용하도록 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한편 새로운 접근도 나타나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는 노동자에게 자기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경제의 부를 그것을 만든 노동자들의 손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여겼다.
(주: 버니 샌더스 대선공약 중, “기업의 책임성과 민주주의”의 핵심 포인트로 언급함. https://berniesanders.com/issues/corporate-accountability-and-democracy/)

  1981년 미국노동자소유지원센터를 설립한 이후 수많은 노동자소유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코리 로젠은 결국 기업의 소유주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이고 광범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소유주는 이사회와 CEO의 결정에 대한 조건과 인센티브를 설정한다. 소유주가 사업에 관여하는 경우,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 또한, 소유는 부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소유를 더 광범위하게 분산하면 경제적 불안정성이 자동으로 감소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에 대한 지분을 갖게 된다. 그는 노동자 소유기업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경영 사례를 통해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Rosen & Case, 2022).


3. 기업을 노동자가 소유하면

  하버드대의 진보적 노동경제학자인 리차드 프리먼은 노동자가 기업을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기술 발달에 따른 과실을 자본과 노동이 나누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원하는 가장 주요한 것은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와 기업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었으며, 노동자들의 소유 참여는 이를 위한 핵심적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한다(Freeman & Rogers, 2006). 
  럿거스대학의 교수 조셉 블라시와 더글러스 크루즈는 노동자 소유 기업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자 소유 확대는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기업에 애착을 갖고, 혁신적 참여의 유인을 갖게 된다면 좀 더 생산적이고 성취감을 갖는 일터로 변하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노동자가 소유한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임금을 얻으며, 근속 기간이 늘어나고, 남녀와 인종 사이의 차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고 한다(Kruse & Blasi, 1999).

    1) 노동자 소유와 생산성 향상
  더글러스 크루즈는 2002년 의회보고서에서 종업원 소유기업의 재무성과를 다른 기업과 비교하여 실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연구자가 20년간 발표한 30여 편의 논문을 요약한 이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ESOP(종업원 주식 소유제)을 도입한 기업은 과거 연도와 비교하면 매년 4∼5% 정도의 높은 생산성 증가를 경험했고, 이후에도 생산성 증가율이 계속 유지되었다. 종업원 소유는 높은 수준의 고용 안정에 이바지했으며, 경제적 효율성이 감소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종업원 소유는 고용을 빠르게 증가시켰으며, 기업 생존율이 높았다. 대부분의 연구 작업에서 크루즈는 종업원 소유와 기업의 성과 사이에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Kruse, 2002). 

    2) 노동자 소유와 불평등 해소
  [표 1]은 우리나라 2016년 배당·이자·근로 소득과 같은 소득원천별 지니계수를 보여주는데, 이 중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의 지니계수는 완전불평등 수준에 가까워, 금융 자산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2018년에 심상정 의원의 요구에 따라 국세청이 공개한 소득 천분위 자료(2016년 귀속)에 따르면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상위 0.1%의 근로소득(11조793억 원)이 하위 25% 443만 명의 총 근로소득(11조7257억 원)에 육박했다. 

 

[표 1] 2016년 소득원천별 지니계수

출처: 국세청 2016년 소득 천분위 자료, 심상정 의원실


  상위 0.1%의 이자소득 총액은 2조 5078억 원으로 전체의 17.79%를 차지했다. 주식 소유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은 극히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상위 0.1%가 전체 배당소득의 약 52%(총액 7조 2896억 원)를 차지했다. 상위 1%는 약 85%, 10%는 약 95%에 이른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낳는 자산의 극심한 불평등은 노동소득의 분배 개선과 상관없이 부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위펙은 노동자 소유와 경제적 부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척도와 인구통계학적 그룹별로 제시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종업원 소유자의 중위 가계 순자산은 비 종업원 소유자보다 92%나 더 높으며, 중위소득 또한 전체 평균보다 33%나 더 높았다. 종업원 소유자는 탄력적인 근무일정, 퇴직금, 육아휴직, 등록금 변제 등 직장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종업원 소유자의 23%가 육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비 종업원 소유자는 5%이다. 종업원 소유자는 비 고용주보다 일자리 안정성이 상당히 높았다. 현재 직장에서의 근속연수 중간값은 5.2년이었으며, 이에 비해 종업원 소유주가 아닌 경우는 3.4년이었다(Wiefek, 2017).

    3) 노동자 소유와 권력의 분산, 그리고 사회적 책임성
  불평등은 두 가지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하나는 임금 및 자산 소득의 격차로 나타나는 ‘부의 불평등’이며, 다른 하나는, 수많은 경제적 계약 관계와 기업 내부에서 관철되고 있는 비대등성 즉, ‘권력의 불평등’이다. 배당소득 불평등은 주식 소유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데, 주식은 바로 의결권 즉 기업 내 권력을 의미한다. 

  다수의 얼굴 없는 소유자들의 무관심한 협조(?)에 힘입어 설립자나 대주주는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도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재벌의 총수 일가는 4%도 안 되는 소유지분으로 수십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재벌 총수에게는 소유 주식의 수십 배에 대한 의결권이 특혜처럼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도한 지배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지만, 대다수 주주는 기업 현장에서 발언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소유주로서의 일반적인 권리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엘러만은 자본주의 기업이란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기업형태라고 말한다. 그는 자본은 인간이 아니므로 기업 활동이 미치는 사회·환경적 영향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러한 책임성은 오로지 사람만이 가질 수 있으므로 ‘책임성 있는 기업’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에서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Ellerman, 1993). 

  그의 주장을 확대하면 노동자가 ‘자본을 임대해서 사용’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때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전적으로 노동자들에 귀속되며, 지구가 제공하는 자원의 사용으로부터 생기는 생태적 책임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4) 노동자 소유와 지속가능한 생명체로서의 기업
 (주: 다음 사이트의 기사 내용을 정리함. 
https://oregonbusiness.com/19723-bob-s-red-mill-sustainability-manager-talks-food-waste-reduction-initative/)


  엘러만의 이론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가 노동자소유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6~8%를 차지한다. 미국의 통곡물 식품 제조업체인 ‘밥의 레드밀’(Bob’s Red Mill)은 라인에서 생산하는 식품 1파운드(453g)당 식재료 낭비를 70%나 줄였다. 종업원 소유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밥의 레드밀’은 당시 90세이던 창업주가 종업원 주식 소유제(ESOP, 이솝)에 전체 지분을 100% 매각함으로써 노동자 소유기업이 되었다. 직원들은 기업의 성과 증진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업과 환경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식재료 절약을 위해 새 기계를 들여올 수도 있지만,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존 방식을 영리하게 바꾸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었다. 800명의 종업원 소유주 중 176명의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출할 정도였다. 

  회사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현장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회사의 눈이자 귀이기도 해서 어떻게 공정을 개선할지 잘 안다. 이번 사례 연구에서 종업원 소유주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이들은 공정 개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공유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제조업체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4. 노동자 소유기업, 그 현황?

  노동자 소유기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노동자 협동조합이고, 다른 하나는 종업원주식소유제도를 통해 노동자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주식회사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대부분, 노동자들이 100% 소유한 기업이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노동자가 자사주식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노동자 소유 여부가 정해진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6,500개의 기업에서 종업원 주식 소유제도(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이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기 회사의 지분 소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통해 자사 지분을 보유 중인 종업원 소유주들의 수는 약 1,400만 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225개의 ESOP이 새로 만들어졌으며, 41,154명이 신규로 참여했다.
(주: 미국의 종업원 기업 소유를 지원하는 전미종업원소유센터(NCEO)의 다음 주소를 참조, https://www.nceo.org/what-is-employee-ownership)

  비상장기업이 ESOP에 매각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 주식의 30% 이상을 노동자가 소유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정도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고용 수를 기준으로 미국의 100대 노동자소유기업을 추려보면 총 65만 명의 노동자들이 자사의 주식을 보유한 채로 직장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하면 한 기업당 6,000여 명의 직원들을 고용한 셈이다. 이 100대 노동자 소유기업은 종업원들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며 지분이 100%인 곳도 절반을 넘는다. (주: https://www.nceo.org/articles/employee-ownership-100)


[표 2] ESOP 시행 기업과 참여자 수, 그리고 자산 규모


  미국의 노동자 협동조합 수는 2019년 이후 30% 이상 증가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신규 사업체가 겪을 장애물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2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2021년 경제인구조사를 토대로, DAWI(Democracy at Work Institute)는 612개의 노동자 협동조합이 5,966명의 노동자를 고용한다고 밝혔다.(주: https://www.fiftybyfifty.org/2022/02/latest-worker-co-op-survey-shows-more-co-ops-but-fewer-workers/)

  영국은 2022년 현재 EOT(종업원소유신탁)을 통해 노동자가 소유하는 기업이 1,030개에 이르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연간 300억 파운드 이상의 GDP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제보다 시행은 늦었지만 EOT가 제도화된 지 불과 8년 만의 일이다. 2021년에는 신규로 285개가 늘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2020년에 비해 2배가 많아져, 최근 증가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주: https://employeeownership.co.uk/resources/reports/)

  이는 2020년의 법 개정으로 EOT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주나 유가족 측은 자본소득세를 면제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2020년 협동조합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는 7,063개의 협동조합이 있으며 이는 영국 총사업체 수의 1% 미만이다. 하지만 2021년 협동조합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조합 기업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기업 형태보다 더 회복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협동조합의 수는 1년 동안 1.2% 증가했으며 총 7,237개 협동조합의 매출은 3%(11억 파운드) 증가한 397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주:  https://www.uk.coop/sites/default/files/2021-06/Economy%202021_0.pdf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집권 기간 협동조합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을 정도로 노동자 소유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5. 노동자 소유기업으로의 전환 방안

  이렇게 노동자 소유기업이 확대되는 데에는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노동자 주식 소유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형성된 노동자 소유기업의 성과를 확인하고 깊은 신뢰를 보낸 영국 노동당의 전 대표 제레미 코빈과 미국의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국가 차원에서 노동자 소유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로 노동자소유기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이 두 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노동자 주식 소유제도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ESOP, EOT를 통해 기업주와 상속인이 회사 직원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제와 달리 노동자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으며, 기업주 측은 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은 ① 자식에게 상속 ② 회사 내부자인 경영자의 인수(Management BuyOut, MBO) ③ 외부자인 사모펀드나 경쟁사에 매각 등이 있다. 

  이에 더해 영국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옵션으로 ‘종업원 주식 소유제도’를 통한 노동자 기업인수 지원제도가 있다. 이 제도가 좋은 선택지가 되는 것은, 매도하는 소유주와 인수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강력한 세제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첫째, 소유주는 매각하는 주식에 대해 과세가 면제(영국의 EOT)되거나 일정 규모의 매각 주식에 대해 과세가 유예(미국의 ESOP)되는 혜택을 받는다. 둘째, 인수하는 노동자들은 매입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이를 장기에 걸쳐 기업의 이익배당금으로 갚게 되는데 이 이익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 

  은퇴하는 소유주에게 최고 40%에 이르는 상속세는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경영자 인수나 외부자 판매의 경우에도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만만치 않다. 이런 세금을 포함하면 기업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셈이다. 제값보다 비싸게 매입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되면, 기업은 소유주 변경 과정에서 큰 손상을 입고 이후의 경영 실적도 위험해질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인수하면 이런 손상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영국 노동당은 2017년 총선에서 영국 경제가 ‘소수가 아니라 다수’를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소유할 권리’(Right to Own)를 노동자에게 부여해 경제에 대한 소유권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기업 매각 시 노동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제공해 노동자의 기업 인수를 촉진하고 협동조합 수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Labour 2017a).

  같은 해 노동당은 “대안적 소유 모델”(An Alternative Model of Ownership)이라는 야심찬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는 영국 경제의 어려움이, “사유 재산 소유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장기 투자가 부족하고 생산성이 저하되었으며,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이 생겨났으며, 불평등과 금융 불안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업에 대한 사적 소유가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 방안은 생산적인 기업의 소유권 및 지배권을 노동자에게로 이전하고, 이를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했다. 그리고 철도, 전기, 에너지 등 기간 산업에 대해서는 노동자, 지자체, 시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국유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Labour 2017b).

  온라인 사회주의 잡지인 뉴 소셜리스트(New Socialist)는 “영국에서 최신의 '신경제학' 사상을 연구하는 이론가와 실무자 그룹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 40년간 상상력 부재에 허덕이던 노동당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급진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경제 전략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보고서가 “심화되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진지하고 성숙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주체는 결국 좌파일 수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주: https://newsocialist.org.uk/labours-alternative-models-of-ownership-report/)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미국의 버니 샌더스는 노동자 기업 소유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일하는 회사의 소유지분,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과정의 발언권, 그리고 기업 성과에 대한 공정한 분배 몫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의 샌더스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소유를 노동자들의 소유로 전환시킨다는 데 있었다.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지만 2022년, 그는 마침내 미국의 노동자 소유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노동자소유지원법, 약칭 ‘워크 법(WORK ACT)’을 공화당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미국 50개 주 전역에 종업원 소유센터가 만들어지고 노동부가 5년간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노동자 소유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교육 및 기술 지원을 시행할 것이다.(주: https://www.sanders.senate.gov/press-releases/news-sanders-longstanding-legislation-to-help-workers-expand-employee-ownership-passes-the-senate-in-2023-omnibus/)

    2) 포용적 소유기금 
  (주: 이 내용은 클리포드 챈스가 작성한 “노동당의 ‘포용적 소유기금’을 통한 영국 대기업 지분 10% 인수 계획” 내용을 정리한 글임(Chance, 2018)).

  ‘포용적 소유기금’(Inclusive Ownership Funds, 이하 IOF)은 영국 내 모든 대기업 지분의 10%를 노동자가 인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영국 노동당의 2019년 총선 공약이다. 

  영국 노동당은 2018년 가을 연례회의에서 종업원 250명 이상의 모든 기업이 노동자들이 집합적으로 보유하고 관리하는 ‘포용적 소유기금’에 자사 주식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했다. 10년 동안 매년 1%의 주식을 10% 보유할 때까지 IOF에 적립하는 것이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게는 자발적으로 IOF를 설립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IOF가 취득한 배당금은 매년 최대 500파운드까지 종업원들에게 분배되며, 초과액은 영국 재무부에 사실상의 세금 명목으로 지불하게 된다. 이 자금은 일종의 ‘사회적 배당’(social dividend)에 해당되어 공공 서비스 자금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부여받는다. 

  IOF는 소속 회사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종업원으로부터 선출된 신탁이사회(board of trustees)에 의해 관리된다. 이 주식은 판매가 불가능하며, 종업원들도 IOF에 있는 자기 주식을 팔 수는 없다.

  이 안이 실행된다면, 노동자들은 IOF로부터 매년 총 60억 파운드의 배당금을 받게 되며, 그중 40억 파운드는 종업원에게 나뉘고 나머지 20억 파운드는 정부의 공공 서비스 자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역시 이런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에 따르면 연간 수익이 최소 1억 달러 이상인 기업, 대차대조표 총액이 최소 1억 달러 이상인 기업, 모든 상장기업은 종업원이 최소한 회사 지분의 20%를 소유할 때까지 매년 적어도 2%의 주식을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주발행과 민주적 종업원소유기금(Democratic Employee Ownership Funds) 설립을 약속했다.
(주: https://berniesanders.com/issues/corporate-accountability-and-democracy/)


6. 결론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소유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은 종종 나타났지만,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2004년 몰락한 대우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 대우종합기계가 매물로 나왔다. 노조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차입을 해서 지분을 인수하고 10년 동안 받게 될 상여금 등으로 나눠 갚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으나 자산관리공사는 입찰 의향서조차 내주지 않았다. 2008년 여름 쌍용건설도 노동자 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만, 현실적인 여러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 이정환, “생산수단 공동 소유는 꿈이 아니다... 몬드라곤을 보라”, <미디어오늘>, 2012.03.0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753)
 
  2015년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노동자들도 원하지 않는 강제 매각 논란이 일었고, 매각 후에는 불안정한 경영이나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유사한 업종으로 노동자가 인수한 퍼블릭스의 사례와 대비된다. 잘 정비된 법 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동자주식 소유제도인 우리사주제도는 노동자에게 자산 증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주 구입 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지만, 기업인수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소유주의 은퇴 등을 포함해 소유주가 바뀌게 되는 상황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손들이 기업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정부가 가업상속 공제제도와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통해 자손이 세금 부담 없이 기업을 상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2년 말 윤석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완화시키는 세법개정안을 제시했고 야당은 별다른 대안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꽤 큰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액도 크게 상향시켰다. 불평등의 심각성을 주장하면서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과 생태적 재앙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우리 경제의 소유, 통제, 분배에 관한 문제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불평등이 확대되고 지구가 위태로워진 것은 사적 이익을 위한 끊임없는 이윤추구와 확고한 소유 계급의 정치적 힘에서 비롯되었고, 세대와 젠더 간의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개인과 공동체 간의 무자비한 경쟁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를 회복하고 연대와 협력, 정의의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와 일터로 전환해야 할 때다. 이러한 전환은 어느 한 가지 도구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광범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한 체계적인 프로젝트다. 직장 민주주의와 노동자 소유는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중요하고 강력한 도구다(Gowan, 2019).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는 두 가지다. 노동자가 우선인수권자의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받아 노동자 소유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기업을 노동자들이 민주적 소유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정·기술적 자원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상당한 양의 자본이 노동자의 손에 넘겨졌고 노동자 소유기업이 증가했지만, 이들은 자유화된 시장 경제에서 경쟁해야 하고, 또 그러한 경제의 논리와 제약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보 진영에서는 노동자 소유권의 장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노동자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보내는 장소를 통제할 자격이 있고, 노동의 산물에 대한 강력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시스템의 거대한 전환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노동자의 소유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비전을 찾아야 한다(Gowan, 2019).

  노동자의 기업 소유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더 공정하고 지속적인 경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큰 발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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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Rosen, Corey & John Case, 2022, Ownership: Reinventing, Companies, Capitalism, and Who Owns What, Berrett-Koehler, Inc.
22. Wiefek, Nancy, 2017, Employee Ownership and Economic Well-being, N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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