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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의』창간준비1호




활발한 ‘이론적 논쟁’을 향해 나아가자


손호철(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


“철학자들은 이 세계를 단지 자기 나름대로 해석했을 뿐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문 베를린의 훔볼트대학 본관에 들어가면 복도 전면에 칼 마르크스의 유명한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 11번이 우리를 맞는다. 이 테제는 민초들의 삶과 무관하게 진행되어 온 지난 천년 여 동안의 먹물들의 탁상공론을 비판하고 철학자와 지식인들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천을 강조하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이론적 작업을 경시하고 비판하는 주장으로 종종 해석되기 일 수였다. 그러나 이론적 작업도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실천, 즉 ‘이론적 실천’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 “혁명적 이론 없이 혁명적 투쟁 없다.” 유명한 레닌의 이 발언은 이론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우리의 시대는 ‘혁명의 시대’와는 거리가 멀고 정의당 역시 ‘혁명정당’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한때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사회구성체논쟁 등 ‘이론의 과잉’과 ‘이론주의’는 문제가 많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석화된 이론’들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고 ‘실사구시’의 자세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적 실천도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나 ‘이데올로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단순히 권력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보수정당이라면 모를까,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의 경우 그러하다. 사실 현대는 ‘탈이념의 시대’, ‘탈이론의 시대’라는, 다니엘 벨이나 후쿠야마류의 ‘탈이념 시대론’ 역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고 이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당은 지나치게 이론적 논쟁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정의정책연구소에서 당의 ‘이론적 작업’과 ‘이론적 논쟁’을 도와 줄 수 있는 일종의 ‘이론지’를 만들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니 때늦은 일이다. 물론 이 잡지가 학자 수준의 본격적인 ‘이론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때 그때 정세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갖고 긴 역사적 시각에서 우리의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이론적 지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번 이론지의 발간이 당의 이론적 논쟁을 활성화하고 이론적 수준을 높이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당원, 그리고 진보적 시민들의 지지를 고대한다.


 

진정한 진보 이론지로 성장하길 기대하면서

김병권(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진보’라는 용어가 최근 심하게 잘못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류 미디어들은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경계선을 긋는다. 그러다 보니 정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졸지에 ‘범진보’로 묶여버린다. 그러나 거대 양당 사이의 정책 논쟁 테이블 중앙에는 검찰개혁이나 노동개혁 등 외에, 정작 노동자와 시민들의 절박한 과제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차별금지법, 기후위기를 막기위한 실행 방안 등은 옆으로 치워져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고용안전망과 소득안전망 도입 역시 답답할 정도로 느린 일정만이 거론될 뿐이다. 오히려 이런 주제들은 정의당과 거대 양당 사이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진보는 무엇이고 진보 정책이란 무엇일까?
 
불평등을 연구하는 프랑스 토마 피케티의 비유대로, 한국의 정치지형이 국민의힘으로 상징되는 <상인 엘리트 정당>과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브라만 엘리트 정당>이라는 거대 정당들이 모두 상위 20퍼센트의 기득권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으로 변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들로부터 갈수록 멀어지면서 상위 20퍼센트의 엘리트적 의제로 정치적 쟁투를 벌이고 있는 거대양당과 달리, 정의당은 권력을 갖지 못한 시민의 80%의 이해관계를 일관되게 대변하고 이들과 호흡하는 정당으로서 ”진짜 진보“의 길을 걸어야 한다. 거대 금융과 자본의 이익, 각종 소수자에 대한 우월적 이익, 기존 탄소경제로부터의 이익으로부터 확실히 선이 그어진 진보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자면 신자유주의 자본권력으로부터, 기존 우월적 주류권력으로부터, 기존 탄소경제의 이해관계로부터 억압되고 배제된 모든 사회경제적 약자들, 실제로 다수들이지만 힘없는 다수들의 편에 굳건히 서게 만들어 줄 확고한 관점, 이론적 틀, 정책이 필요하다. 상위 10%안의 민주주의, 상위 10%안의 공정사회, 상위 10%안의 권력교체에 정의당이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 80%의 목소리를 내주는 민주주의, 국민 80%의 공정한 기본재의 공급을 책임지는 정의, 국민 80%가 1인 1표의 원칙아래 자기 지분만큼 권력에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지적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정의정책연구소가 이번에 창간하려는 <보다정의>는 이런 배경아래 기획되었다. 80%시민들의 절실한 요구와 열망을 대변해서 더 나은 진보적 사회를 만들어갈 이론 정책적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과제를 <보다정의>라는 진보 이론지를 통해 떠안으려 한다. 물론 제한된 분량의 이론지 창간만으로 이 무거운 과제를 온전히 짊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논쟁을 촉발시키고 토론의 공간을 열어주는 더 많은 기획들이 필요하다. 정의정책 연구소가 새롭게 시작하는 이론지 <보다정의>가 그 같은 기획들의 한 꼭지를 담당해보려 한다. 그 시작으로 많은 진보적인 시민들과 정의당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소득보장제도와 고용보장제도의 다양한 대안을 압축해서 준비해보았다. 활발한 논의와 토론의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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