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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이해하기(3)_그린 모빌리티 혁명

  • 입력 2020.11.30 14:31      조회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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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뉴딜#그린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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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멈춘 교통
 
2020년은 코로나19 재난의 고통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충격적일 정도로 빠르게 전 세계에 전파되었던 감염속도도 놀라웠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사망률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에서도 이렇다 할 방역대책이 없었다는 점도 당혹스럽게 했다. 2020년 연말을 기점으로 백신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적어도 시민들은 2020년 내내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대폭 축소하는 길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완전한 강제활동봉쇄(Lock down)에서부터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교육, 온라인 화상회의, 커피숍을 포함한 다중시설 이용금지 등이 속속 이어졌다.
 
[그림 ]코로나19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추이(출처:IEA)

 
대대적인 경제활동 축소와 외출 등 사회활동 축소는 뜻하지 않게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의 획기적인 축소를 수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치에 의하면 [그림1]처럼 2020년 이산화탄소배출은 역사상 최초로 전년 대비 약 2.6Gt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율로 보면 전년대비 약 8%에 가까운 수치인데, 이 정도면 앞으로 10년동안 탄소배출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 매년 줄여야 하는 규모다. 아직 정확히 추산이 되지 않았지만, 올해 탄소배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면, 그 상당부분은 비행기 여행의 대폭적인 축소를 포함해서 시민들이 비행기와 내연기관 자동차등을 이용한 이동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사실 운송 이동수단들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23퍼센트(한국은 약 13.5퍼센트)를 차지하며 전세계 원유의 2/3가 자동차와 트럭 연료에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세계 항공기 운항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자동차 이용도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산업과 무역의 위축으로 육상의 화물차나 해상의 선박 운항도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녹색 교통전환의 계기
 
예기치 않게 코로나19가 시민들의 이동과 교통을 멈춰세운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경제와 사회생활에서 이동(mobility)을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는 시장 선거에서 얀 이달고 시장이 제안한 ‘15분 도시(15 minutes city)’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리 시민들이 걸어서 15분 안의 반경에서 물품도 구매하고, 학교도 다니며 가급적 직장생활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이를 위해서 파리 시내의 약 85천개 정도의 공공주차장 가운데 65천 개를 없애고 시민을 위한 다른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공약까지 포함을 했다. 또한 2024년까지 1,400킬로미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그때부터 디젤차의 시내진입을 금지시킬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의 자동차 중심의 도시와 도로설계에서 보행자 중심의 설계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발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약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를 들어서 정부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경기침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동차 구입시 개별소비세 70퍼센트를 인하(3~6)하고 노후차 교체 지원을 실시했다. 그 탓으로 혜택이 끝나는 지난 20206월에 자동차 구매가 폭증했다. 다른 선진국들에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한국은 자동차 구입이 크게 늘어 지난 20209월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대수가 2400만대를 돌파했다. 탄소배출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늘리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던 것이다. 또한 경남 부산권의 신공항 프로젝트를 예비타당성 면제까지 해가면서 서둘러서 추진하는 양상도 드러내는가 하면, 무착륙 항공여행을 권장하고 여기에 면세 혜택까지 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교통과 운송 수요증가에 대처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탄소배출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조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전국의 주요 도시와 도로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조기에 완전히 없애야 한다. 지금 전 세계에는 12억대의 자가용, 버스, 트럭 등이 도로를 가득 채우면서 탄소배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그린뉴딜이 아니더라도 이미 네덜란드, 이스라엘, 아일랜드, 인도, 오스트리아 등 국가에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판대를 중단 하거나 수입 중단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더욱이 탄소 배출규제와 벌금부과로 인해 사실상 2021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에 제동이 걸리는 내연기관 엔진 종말의 초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석유소비의 62.5 퍼센트를 이들 자동차들이 하고 있으니,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에 따라 글로벌 석유수요도 2030년이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괜한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가 없어도 편한 도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막을 그린뉴딜 정책의 큰 부분의 하나로서 녹색교통전환이 얘기되는 중요한 이유는 위에 들었던 근거들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린뉴딜은 잘 못 알려진 것처럼,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전기차(EV)로 바꾸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지나치게 개인용 자가용을 비효율적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 공간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 개인 자가용은 통상 5좌석 중에서 1.5좌석만이 활용되고 있고, 전체 24시간 가운데 5 퍼센트만이 실제 주행을 한다는 사실만 봐도 개인 자가용의 비효율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린뉴딜 녹색교통전환 전략은 이처럼 자동차를 덜 타도되는 도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편한 도로와 도시,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한 도로와 도시를 우선한다. 개인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해도 개인 소유 자동차보다는 자동차 공유 시스템의 도입을 선호한다. 개인 소유 자동차는 마지막 선택사항으로서 그 조차도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자동차로의 완전한 전환을 요구한다.
 
그린뉴딜 원칙에 맞는 가장 획기적인 계획은 앞서 예시한 파리시의 ‘15분도시 계획이지만, 미국의 LA도 매우 모범적인 그린뉴딜 모빌리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해봐야 한다. 이 도시는 첫째로, 2035년까지 도시에서 이동하는 전체 거리 중 절반을 걷고 자전거타고 스쿠터 등을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둘째로, 각 개인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마일수를 2035년까지 39퍼센트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세 번째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 버스를 100 퍼센트 전기화 시키겠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탄소제로 자동차 비중을 2035년까지 80퍼센트비중으로 만들겠단다.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그린뉴딜의 전환전략의 핵심에 자동차 없어도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세계 13억 대 자동차와 한국의 2400만 대 자동차를 한번에 없어거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뉴딜 전략은 자동차의 총수요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전제아래,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빠르게 교체하자고 제안한다. 2020년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의 연간 판매량이 2019년 처음으로 2백만대를 넘었다고 알려졌다. 그 뿐이 아니다. 2030년까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29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그림2]와 같이 2025년경 연간 판매량이 1천만대를 넘어서 약 1,120만대, 그리고 10년 뒤인 2030년에는 3천만대를 넘어서 2,1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2025년을 정점으로 총 판매규모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예측대로라면, 2030년에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의 약 32퍼센트는 전기차가 된다는 뜻이다. 가히 2020년대 10년은 한 세기 넘게 인류의 이동과 운송을 책임져왔던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리게 될 것이다.
 
[그림 ] 전세계 승용차 및 전기차 판매 추이 및 전망(출처: 딜로이트)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기 자동차 전환은 단지 운송과 교통수단의 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자동차 중심으로 편성된 기존 도시 인프라의 상당한 교체를 수반해야 하며, 제조업의 핵심분야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의 큰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시민들의 일상의 약간 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상징한다면,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시민의 일상 그 자체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2,300만대가 넘는 자동차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차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일부 경유차를 제한하는 수준이고, 전기차도 2025100만대 시대를 열겠다는 정도다. 이동과 운송 부문에서 탈-탄소 사회의 전환이 현재로서는 매우 느리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어쩌면 그린뉴딜의 녹색교통전환은 개인소유 자가용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는 자가용을 일종의 지위재로 여기면서 삶의 필수품이자 풍요를 상징하는 자산으로 간주하던 생활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획기적인 발상전환과 삶의 태도 전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고 탈-탄소사회로의 가기 위해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그에 수반된 문화를 그대로 안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쩌면 벌써부터 자가용 문화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라 점점 더 비용과 부담의 상징으로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기왕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함께 미래로 갈 수 없다면 빨리 털어버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이글은 [걷고싶은도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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