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경제정의와 대안

[경제] 가업승계 지원에 대한 비판과 영국·미국 사례를 통해 본 대안 방안

정의와 대안 8월_경제
  • 입력 2022.08.11 14:53      조회 1303
    •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 태그

  • #경제#정의와 대안
  • 공유하기

2. 경제

- 가업승계 지원에 대한 비판과 영국·미국 사례를 통해 본 대안 방안

 


− 정부가 발표한 <2022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소유주 일가는 상속·증여세를 대폭 공제받는 특혜를 받게 됨.
− 가업승계를 활성화해 기업운영을 지속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번 세법개정안의 감세정책은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부의 세습’을 정당화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음.
− 이에 따라 기업의 안정적 승계를 통한 일자리 유지와 불평등 해소를 모두 실현할 대안적 해결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임.
− 한편 자본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기업주와 상속인이 ‘노동자주식소유제도’를 활용해 회사 직원들에게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 또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노동자 소유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생존률이 높고 해고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 따라서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는 기업주 일가의 회사 대물림이 아니라, 지금까지 회사에 공헌한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음.
 


1.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유지와 부의 세습

− 정부가 지난 7월 21일 발표한 ‘2022 세제개편안’에는 중견·중소기업의 화두인 가업승계지원 방안이 들어있음. 중견기업의 소유권이 온전히 자식들에게 상속되도록 다양한 특혜를 지원하는 제도임.
− 그 내용은 원활한 가업 상속·승계 지원을 위해 ▲ 가업상속공제 및 증여세 과세 특례 실효성 제고, 납부유예 제도 도입 ▲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합리화(주: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20% 할증 평가(중소기업 주식 제외))하는 것임.
− 적용대상 중견기업의 적용범위와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사후관리기간도 단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납부 유예제도를 신설하면서 상속인의 부담을 줄여 주고 있음.
− 그동안 상속·증여세 등 과도한 조세부담으로 인해 가업승계가 어려우며, 가업승계는 고용과 기술·경영의 대물림이기 때문에 감면 혜택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중소·중견기업의 요구를 들어준 것임.

▶ 주요 내용과 문제점
− 현행 세법상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는 대표이사 생전에 보유주식을 낮은 증여세율로 승계하는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와 대표이사 사후에 주식을 상속받는 가업상속공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가 있음.
− 기존에 각각 500억·100억 원이던 상속·증여세 공제 한도가 최대 1,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되며, 적용 대상도 연매출 4,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돼 중견기업까지 포함하게 됨. 자산 10조 원 미만 그룹의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상속세율 한도는 60%에서 50%로 축소됨.  
− 심지어 지배주주 가족이 제3자에 지분을 넘기지 않는 한 상속세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음.
− 그러나 부의 세습이라는 비판과 함께,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에게 기업의 미래를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음. 
− ‘대대로 세금도 안 내고 기업을 물려받는 현대식 신분제 사회’로 역사를 후퇴시켜 세습자본주의가 만연화되는 상황이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음.
− 최근 영국과 미국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음. 기업 상황을 잘 아는 내부자인 노동자들이 인수한 뒤 그 운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방안이 ‘소유주 일가’와 ‘노동자’ 모두로부터 선택받도록 제도 설계를 한 것임. 

2. 영국과 미국의 기업 승계 방식: 노동자들의 기업 인수

− 한국에서는 가업상속 공제제도와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통해 자식이 기업을 상속하게 되지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기업주와 상속인이 일종의 ‘우리사주제도’를 활용해 회사 직원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
− 다만 우리사주제와 달리 노동자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으며, 기업주 측은 큰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 주요한 특징임.
− 전통적으로 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은 ① 자식에게 상속 ② 회사 내부자인 경영자의 인수(MBO) ③ 외부자인 사모펀드나 경쟁사에 매각 등이 고려되었지만,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옵션으로 ④ ‘종업원주식소유제도’를 통한 노동자기업인수를 지원하고 있는 것임. 
− 이 제도를 통해 노동자 기업인수가 확대되는 데에는 소유주와 인수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강력한 세제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임
① 소유주는 매각하는 주식에 대해 과세가 면제(영국)되거나 일정 규모의 매각 주식에 대해 과세가 유예(미국)되는 혜택을 받고, 
② 인수하는 노동자들은 매입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이를 장기에 걸쳐 기업의 이익배당금으로 갚게 되는데 이 이익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게 됨

▶ 영국
− 영국 정부는 2014년부터 EOT(Employee Ownership Trust), 즉 ‘종업원소유신탁’을 법제화했고, 2022년 6월 현재 영국에선 EOT를 통한 노동자 소유기업이 1,000여 개로 늘었음. 우리사주제보다 시행은 늦었지만 EOT가 제도화된 지 불과 8년 만의 일임.(주: 관련해서는 다음 사이트의 내용 참조 https://employeeownership.co.uk/resources/reports/)
− 영국에서 EOT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주나 유가족 측은 자본소득세를 면제받게 돼 이른바 착한 면제로 인식되고 있음.
− 한편 EOT 지분 매입은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 측이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주 측이나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자연히 상속세나 양도세 논란도 줄어들게 됨

▶ 미국
− 미국의 경우는 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즉 ‘종업원주식 소유제도’가 1970년대부터 활성화되었음. 2019년 기준으로 6,482개의 기업이 시행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노동자 수는 1,391만 명에 이름.(주: 관련 내용은 다음 사이트 참조. https://www.nceo.org/articles/employee-ownership-by-the-numbers)
− 매각 지분 전체에 과세가 면제되는 영국과 달리, 지분의 30% 이상을 ESOP에 매각할 경우 기업주 측은 투자 행위를 조건으로 해당 지분 과세를 유예받게 됨. 
− 2018년 미국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중소기업 종업원 소유법’(Main Street Employee Ownership Act)이 도입됨에 따라 미국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ESOP 대출에 보증을 설 수 있게 됨.

3. 노동자들 기업 인수의 의미

− 사모펀드나 경쟁사가 매입할 경우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되고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짐.
− 하지만 내부자인 노동자들이 인수하면 정상적인 기업 가치 그대로 인수하게 되고, 노동자가 선임한 전문경영인에 의해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업이 운영될 가능성이 커짐.
− 노동자의 기업 인수는 기업의 상속을 막는다는 의미를 넘어 양질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을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가짐.
−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유주가 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며, 민주주의가 직장 등 일상의 공간에 정착되고, 노동이 이윤 증대를 위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게 될 것임.


☞ 대응 방향

1. 노동자 기업 인수를 위한 현행 우리사주제도 개선

− ‘근로자복지기본법’의 우리사주제도와 세법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함. 무엇보다 노동자의 비용 부담 없이 기업의 미래 수익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승계문제가 해결될 통로가 제시되어야 함. 
− 영국의 EOT처럼 자본소득세를 면제하도록 하거나 미국의 ESOP과 같이 일정 지분 이상 매각 시 과세를 유예하도록 해 기존 소유주가 노동자에게 매각할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함.

2. 노동자 기업 인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도입

− 미국의 ‘중소기업종업원소유법’처럼 노동자를 기업인수의 우선대상자로 정하고 은행대출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음. 매각 후에도 기존의 소유주가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
− 현재 미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종업원 소유권, 착수 및 인식법’(Worker Ownership, Readiness, and Knowledge Act), 일명 워크법(The WORK Act)을 도입해 정부가 노동자 소유지원 센터를 설립하고 노동자기업소유를 확산시키도록 기술과 인력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함.
− 파산법을 개정해 ‘도산 및 해고 전 공지의무’와 ‘종업원기업인수 우선 제안’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금융기관의 평가 조항에 ‘노동자기업인수 및 협동조합 전환 지원’ 여부를 반영하도록 해 은행이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기업인수를 지원하도록 해야 함.
 

  • #경제#정의와 대안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