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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동법

#5. 차별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노동체제로의 전환

차별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노동체제로의 전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 머리말 - 전환기 노동문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는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물론 산업구조와 디지털 전환기 기술발전 과정에서 일자리 상실은 기계화, 자동화 등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험성이나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OECD, 2019). 이런 이유로 ILO의 100주년 기념보고서 주요 내용은 변화하는 경제 산업구조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노동정책 모색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ILO, 2019).(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및 경제적 환경에 대한 대응 필요성은 국제기구(OECD, ILO)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ILO 100주년 기념 보고서(2019)에서는 노동빈곤층(3억 명)과 실업(1억9천만 명, 청년 6,480만 명), 비공식노동(2억 명) 등 암울한 노동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ILO, 2019). ILO는 미래의 일과 관련하여 ⑴평생교육, ⑵사람들이 변화에 대응하도록 전환지원, ⑶성평등, ⑷사회보호, ⑸보편적 노동권 보장, ⑹노동시간의 유연성(시간주권), ⑺사회적 대화(단체 대표성 강화), ⑻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디지털 노동 플랫폼을 위한 국제 거버넌스 체계, ⑼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속 가능한 투자지원, ⑽실물경제에서 장기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장려하는 기업 인센티브 구조개혁 등 10개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일의 미래에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인간중심적인 전략을 추진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우리도 과거 노동정책 영역 대상의 사각지대로 지칭되던 비정규직 문제에서, 비임금노동자 영역으로 정책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고령화시대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평생교육훈련 시스템이나 사회안전망 문제 등은 정부 고용정책의 핵심 역할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노동체제가 논의되고 있고, 불평등과 격차 해소 등을 위한 해법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노동자, 시민들에게 새로운 노동체제의 규칙을 제안하고, 핵심 정책과 사례 및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성도 있다. 새로운 노동체제(신노동법,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노동자 및 노동권 재정의, 일할 권리와 쉴 권리, 격차와 차별 해소, 기술변화와 평생학습 등이 제시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노동체제의 규칙들은 노동정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첫째, 노동자 및 노동권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다. ‘근로자’나 ‘노무제공자’의 노동자 범위를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시야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재정의 및 집단교섭권리 재정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초기업 교섭 활성화 및 성평등한 교섭권이나 디지털 노동기본권 등을 포괄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둘째, 일 할 권리와 쉴 권리로의 전환이다. 주4일제와 같은 인간의 존엄이 보장된 노동시간(장시간노동, 야간노동 규제와 휴일휴가 확대)과 생애주기별 노동시간을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저임금 노동자 등을 위한 최소 생활노동시간보장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 더 절실했던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의 전면 도입을 통한 사회적 보호의 확장도 포함된다.
  셋째, 불평등과 격차 해소 및 차별 문제다. 노동시장의 저임금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현실화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정책이다. 고용불안의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안전 그리고 기술변화와 평생학습, 녹색 일자리(정의로운 전환) 등은 현실과 미래의 중첩된 새로운 노동체제에서 중요 문제이기도 하다.


2. 변화하는 환경과 노동시장 변화

  2021년 유럽연합(EU)은 소위 4차산업혁명으로 알려진 독일의 산업 4.0이 진화된 『산업 5.0 Industry 5.0』 시대를 대비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European Commission, 2021). 인더스트리 5.0의 핵심은 향후 지속가능성, 인간중심성, 탄력성의 3요소인데,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 중 하나는 기술발전 과정에서 철저한 인간 중심으로의 전환과 접근이다. EU는 향후 생산과정 중심에 노동자가 있으며, 노동환경과 관련하여 노동자 안전 및 작업 환경, 교육 및 숙련 형성, 인권존중 및 기술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20년 전 패러다임이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논의는 유효한 개념이 될 수 있을까. 고용구조 다양화와 파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임금노동자 문제가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개별적 노사관계와 집단적 노사관계 또한 향후 5인 미만 사업장 문제와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의 확대 배경인 것이다.
  아울러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맞물려 산업재해 및 노동안전 문제는 육체건강과 정신건강(괴롭힘, 감정노동, 혐오, 트라우마 등)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플랫폼을 이용한 배달이나 가사청소 노동자들처럼 업무 형태와 일하는 방식(task)에 따라 중첩된 노동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2015 파리협약과 2021년 글래스고협약에서 확인되었듯,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기후위기 시대 산업 및 노동전환 문제 또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주요 노사관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 노동법 논의가 노동운동진영과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근로기준법 조항을 개정하고 가사노동자 법제화까지 등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68년 역사의 노동법체제를 허물고 일하는 시민(worker)을 위한 기본법으로 새로운 전환을 해야 한다. 이는 일하는 시민 모두가 동등하고 온전하게 노동권을 누리는 신노동법체제를 의미한다.

[그림 1] 노동시장 일자리 형태 및 고용다변화 모형



  앞으로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중 임금노동자(2,027만 명, 비정규직 850만 명) 대비 비임금노동자(681만 명)는 약 1/3 수준이나 향후 그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그림 1]). 노동시장 내 비임금노동자 중 특수고용노동자(165만 명), 플랫폼노동자(179만 명), 프리랜서(400만 명)는 중첩되는 형태지만, 이들 모두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제도의 밖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개인사업자의 종사상 지위가 규정되고 있는 ‘프리랜서’는 법률적 고용형태라기보다 일하는 방식이나 계약에 따른 관습적 개념으로 봐야 하기에 향후 주요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일용직 노동자,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5인 미만 사업장, 파견용역과 하청 등 간접고용, 65세 이상 고령, 청소년 노동자 등 대표적인 취약 사각지대의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 집단이 지난 15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표 1]). 이들 다수는 노동의 권리조차 부재하거나 적용 예외로 인해 제도적 차별이 실질적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표 1] 노동시장 취약층 유형별 변화(2004?2019, 단위: 만 명)

구분 2004 2005 2009 2010 2015 2019 증감
임금
노동자
고용취약1 551 578 621 616 680 717 30.1%
초단시간 75 88 111 107 143 185 146.6%
일용직 208 215 189 178 155 141 32.2%
5인미만 282 297 307 322 364 378 34.0%
파견용역 53 54 78 82 87 80 50.9%
고령 31 35 62 64 103 142 358.0%
청소년 23 24 20 21 26 19 17.3%
특수고용 71 63 64 60 50 53 25.3%
비임금
노동자
고용취약2     408 397 405 390 4.4%
* 자영 독립노동자     322 314 326 323 0.3%
* 무급가족종사자     86 83 79 67 22.0%
(* 특수고용의 경우, 위에 업로드한 표에서는 비임금노동자인 것처럼 나타나 있으나,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의 이중적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로드 과정의 버그 같습니다. 정확한 표를 보시려면, PDF 파일을 참조해주세요.)

* 주 : 1)①~⑦ 유형은 각 대상 유형별 중복 대상자 있음. 2)고용취약1 합계는 ①~⑦ 중복대상 인원 제외 인원
*자료: 통계청(MDIS),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2004년~2019년) 필자 재구성



3. 새로운 노동체제로의 정책 방향

  1) 신노동법과 일하는 시민 기본법

  기존 노동법 체계는 다양한 기준으로 일하는 사람을 분절(division)하고, 그 일부를 노동법에서 배제(exclusion)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 사이 보호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기존 노동자 및 노동권의 협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포괄적 노동자(일하는 사람) 및 노동권을 재규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전체 노동시장의 차원에서 ‘취업자’ 즉 일하는 사람으로 시야를 확대한다는 것에 있다. 
  무엇보다 기존 법률에서는 노동자(employee)와 사용자(employer) 범위를 규율하면서 「근로기준법」(2조 제1항 제1호)에 국한하여 해석해왔다. 그나마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이후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2조)으로 확대되었지만,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노동자와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 간의 보호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용상 지위나 계약의 형태와 무관하게 자신의 노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 모두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노동법적 보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기존 노동법이 다양한 기준으로 노동자를 분절하고 일부를 배제해 온 것과는 반대로,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통합하고 포괄하는 방향의 노동법(이하 편의상 ‘일반법’이라고 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입법은 기존의 노동법 외에 의존·종속적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s)나 유사근로자(employee-like) 같은 새로운 중간범주(intermediate category)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기초가 되는 일반법 제정을 의미한다(권오성, 2021a).(만약 사용자를 수범자로 하여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노동법의 전통적인 문법으로 법률의 내용을 설계할 경우,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라는, 오래되었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다시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반법은 사용자의 의무 체계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혹은 시민’의 권리체계로 법률의 내용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상 기본권 조항으로부터 직접 도출될 수 있는 아래의 권리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권오성, 2021b).)
  그간 한국 노동시장의 불평등은 노사관계 영역에 있어서 노동자 이해대변(voice) 구조가 미약한 점이 원인이었다. 특히 노동자 이해대변 문제는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조합 설립과 같은 단결권 문제가 핵심이다. 노사관계, 노동정책, 노동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ILO 협약의 핵심 조항인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 강제노동 폐지, 최저연령, 동등 보수, 남녀차별 금지 등을 보면 한국은 전반적인 노동체제 불균형 상황이다.
  따라서 노동과 복지영역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미조직된 비정규직 및 불안정 노동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별 노사관계가 미약한 나라에서, 노조 조합원만 협약 혜택을 적용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노사관계가 사업장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로 형성되었고, 집단적 노사관계 또한 기업별 체제가 완고하기 때문이다. 

[그림 2] 새로운 노동체제와 일하는 시민 기본법

  (확대) 근로기준법 (확대)  
(확대)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확대)
모든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
(사회보장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법률 기본권적 법률 등)


  결국, 이제는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해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을 전면 개편(구속력 강화 개정)하는 방법과 ‘일하는 시민 기본법(Worker’s Law)’을 제정(포괄적 제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매우 협소하게 정의한다. 이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와 같은 불안정노동자, 1인 자영업자 등이 포괄되지 못한다. 물론 이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노동법 밖에 머물러 있다.
  ‘일하는 시민 기본법’을 토대로 세워진 새로운 노동체제에서 일하는 시민은 기본권으로서의 노동권을 권리의 하나로 부여받는다. 첫째, 모든 시민의 ‘일할 권리’. 고용의 지위를 떠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디지털노동권 포함하여 노동기본권을 가진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둘째, 모든 시민의 ‘단결할 권리’. 일하는 시민은 기업별 체제를 넘어 산업, 업종, 지역 등 자신에 맞는 교섭 틀을 가지고, 단체협약은 동종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받는다. 셋째, ‘여가의 권리’. 세계인권선언은 일할 권리 다음에 쉴 권리를 강조한다. 일과 삶이 조화롭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노동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

  2) 정의로운 노동체제로의 방향 – 시간, 임금, 교육, 안전 

  가. ‘일하는 시민 모두’의 노동권
  ‘일하는 시민 기본법’에서는 기업 규모나 고용형태 등과 무관하게 기본적 권리는 동일하게 향유한다. 현재 연차유급휴가도, 생리휴가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휴업수당도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도 모두 온전히 노동권을 가질 것이다. 비임금노동자도 노동권을 누릴 수 있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도 최소휴가나 소득을 보장받는다. 예를 들어 방송사 프리랜서나 택배 및 배달기사는 계약 체결 시 노동자와 동일하게 최소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고, 웹툰·웹소설 작가 또한 휴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일하는 시민 모두 결사의 자유는 고용형태나 계약과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통해 일터에서의 목소리와 요구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로서 동등하게 부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주4일제와 연차 25일, 생애주기 노동시간선택제
  세계인권선언 제24조는 ‘쉴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인 제한과 정기적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 및 여가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되어 있다.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한해 30일을 더 일한다. 반면 휴가일 수는 가장 짧은 편이다. OECD 회원국 다수는 25일~30일의 연차휴가가 보장된다. 프랑스는 1936년 6월 7일 1주 40시간과 15일의 유급휴가(연차)를 시행한 바 있고, EU는 1993년 노동시간 지침으로 주35시간을 정했다. 노동시간으로 단축된 시간은 휴식과 자기개발에 사용하는 생활체계다. 이는 노동자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며 기후위기 시대 탄소 감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장시간 노동은 그 자체가 다차원적인 불평등의 근원이다. 그 때문에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도 필요하다. 

  다. 비정규직 평등수당과 최소생활노동시간보장제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은 자본과 기업의 고용유연화와 비용절감 때문이다. 따라서 상시지속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하고, 사용자가 일시적 업무가 아닌 고용에서 단기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계약종료수당을, 1년 미만 계약직 노동자에게는 퇴직금 지급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특별한 예외 규정이 아니면 주당 최소 15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최소생활노동시간보장제를 통해 소득 안정화를 모색해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 현실화와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을 통해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 해소 정책이 필요하다. 프랑스처럼 성평등임금공시제와 성평등교섭(gender equality bargaining)을 의무화해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포함해, 육아, 교육, 승진, 성희롱·성폭력 예방 등이 노동 의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라. 일자리보장제와 평생학습의 자기활동계좌제
  기존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혁신적으로 변화하여 고용정책을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근로감독 행정 강화나 고용유지지원 내실화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이제는 사회가 일자리 보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일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세계인권선언(제23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노동조건을 확보할 권리, 실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제 20세기에 형성된 ‘허용 가능한 자연스러운 실업률’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과거 공급중심의 교육훈련제도에서 이제는 개인의 희망과 적성에 맞춘 방식으로 노동시장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도 프랑스나 싱가포르처럼 일정 연령이 되는 국민 누구나 ‘자기활동계좌제’를 통해 개인역량을 발휘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 산재사망 혁신적 감축, 상병수당·유급병가 시행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산재 관련 모든 법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중대재해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10만 명당 치명적 사고율은 4.7명인데, 최소 OECD 평균(2.4명) 이하로 줄이고, 점진적으로 핀란드(1.4명), 독일(1.0명), 영국(0.8명) 수준이 되기 위해 산업안전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물론 일하는 시민들이 일터에서 괴롭힘, 따돌림을 방지하고 감정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시기 경험했던, 일하는 시민 누구나 아프면 쉬고 일터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질병으로 일하지 못할 경우 소득을 보전하는 상병수당 제도는 꼭 필요한 정책이다. 현재 OECD 36개국에서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뿐이기에 상병수당과 유급병가는 시급히 전면 시행해야 할 과제다.

  바. 초기업별 단체교섭과 협약 확장
  일하는 시민은 일터에서의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자신이 일하는 특성과 공간을 감안해 산업별, 업종별, 지역별, 기업별 등 교섭체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우리도 국제노동기구(ILO)의 단결권 협약이 2021년 국회에서 비준되었기에, 단결권 협약의 주체는 전통적 ‘피고용자(employee)’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worker)’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모든 일하는 시민의 권리이다. 특히 불안정 노동자들이 자신의 조건에서 노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기업, 지역 단위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개별기업을 넘어 본청기업, 업계, 정부 등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섭 틀을 제도화하고 단체협약 적용을 넓혀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35조, 36조) 확장은 시급히 개정할 과제다.


4. 맺음말 – 새로운 사회계약을 향하여

  산업구조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노동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기보다 지체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해법은 기존 제도의 수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 때문에 일하는 시민 기본법 제정과 같은 새로운 노동체제 논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앞으로 2년, 3년 또는 5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나 산업구조 및 기술발전 그리고 세계화와 같은 거대한 파고들을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상상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전환 전략은 바로 새로운 사회계약과 규칙 만들기가 시작이다.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전환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주목해야 한다. 집단적 노사관계 차원에서 보면 노사관계 제도화를 위한,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 법률 수립과 노동기본권과 이해대변 강화 문제가 될 것이다.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산업과 지역 차원의 노정 혹은 노사정 차원의 중층적 노사관계 모델이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나 분절노동시장을 벗어나는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과 같은 비표준적 계약과 고용 관계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의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 밖에도 노동자 경영참여 모델, 차별과 격차 해소 방안으로 적극적 개선조치 강화나 청년 노동시장 논의 역시 촉진되어야 한다. 1987년 노동체제 이후 ‘임금과 복지의 재분배’ 문제에서, 이제는 ‘시간과 안전망의 재분배’로 노동 의제를 넓혀야 한다. EU처럼 노동문제 전담법률 기구(노동법원 설립이나 노동위원회 확대 강화 개편) 및 차별 문제(평등 대우, 차별금지)가 주요 정책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 물론 정책 부문 대상(고령·청년·여성·이주노동자 등), 의제(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 기후위기, 교육훈련 등) 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정의로운 임금과 소득 및 정의로운 고용과 시간의 정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체제로의 전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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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조성주, 2020, 『성남시 일하는 시민을 위한 조례 제정 연구』,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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